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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독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랠프 헬퍼 지음, 김석희 옮김 / 동아시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우리집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살고있다. 그 출신은 매우 천하다. 그냥 똥개이다. 근엄을 자랑하는 달마시안이나 티베탄 마스티프와는 신분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똥개가 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사람도 아닌 동물에게 마음을 줄 수 있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은 동물이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고, 동물도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모든 인간이 동물에게 따듯한 마음을 주는 것인 아닌가 보다. 돈에 눈이 멀다보면 동물도 사람도 가리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관객에게 더 쉽게 기억시키기 위해서 모에게 점보라는 이름이 지어주는 행위는 생명으로서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일이 아닌가. 물론 이름을 바꾸는 일은 요즘 연예인들에게서도 많이 보이는 현상이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진짜 이름과 가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자신을 더 쉽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끼리는 두개의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는 유명해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은 하나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복종합니다. 열 마리나 만 마리의 새가 호수에서 동시에 날아올라도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인간은 자기 목소리만 듣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부딪칩니다. 자기 목소리조차도 그의 별난 걸음걸이와 질투, 증오, 자기도취, 자만심, 거짓말, 속임수를 반영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탐욕에 희생됩니다. (p.186)
누가 모독과 브람의 우정을 따라할 수 있을까. 철수가 그럴 수 있을까 영희가 그럴 수 있을까. 사람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는데 동물에게는 어떻게 마음을 줄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것 보다 동물에게 주는 것이 더 속편하고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다. 인간은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삶을 사용한다. 사람마다 욕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어쨋든 그 욕망때문에 많은 것을 소비하게 된다. 동물은 다르다. 동물에게도 욕망은 있겠지만 인간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그들은 삶을 살아갈 때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원한다. 다시 말해 순수하다는 것이다. 동물에게 배신당하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는 사람보다 동물일 때가 더 든든할 것이다.
브람과 모독은 밤의 어둠 속에서 춤추는 모닥불 속의 잿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