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ㅣ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이 공원은 유명해 질대로 유명해져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바로 이케부쿠로의 서구공원이다. 그런데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뭐냐구? 바로 西口公園을 영어로 번역한 말이다. 그들이 폼잡을때 사용하는 서구공원의 또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일본에도 미국 우월주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꼬부랑글씨면 뭐든지 좋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지금. 대부분의 동양문화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만연한 사회 현상이다. 서구공원은 사회문제들로 가득한 우리사회의 거울이다.
리카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마코토의 탐정놀이는 연쇄살일사건의 전말을 쫒게되는 범죄, 스릴러 이야기로 이어진다. 살인, 폭력, 마약, 비행, 유흥. 이케부쿠로는 어두운 밤에 눌려 찌들어버린 상막한 도시이다. 아니, 화려한 도시이다. 이런 곳에서 자란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는 일은 시간문제이다. 마코토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입학생의 3분의 1이 중퇴하는 일명 꼴통학교이다. 나머지 3분의 2 중 한사람이 마코토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마코토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에 꼽았다. 고작해야 공원에 앉아있기, 엄마의 과일가게 일 돕기 정도이다. 남들이 보기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마코토가 정의감에 불타서 진정한 탐정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모습은 마치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만든다. 굼벵이도 꿈틀거린다라든가. 이런 말도 어울리지 않는가. 소설 속에서 이야기가 잘 흘러가서 그렇지 현실세계에서는 마코토가 탐정놀이를 하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학벌위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마코토를 명탐정코난 취급하듯이 대할 것이다.
이 책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시다 이라의 절제된 문장 실력이 한 몫한 것같다. 길게 늘여쓰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줄이고 줄였다. 덕분에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느껴진다. 잘 보면 한 문장이 2줄 이상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간결체는 만연체에 비해서 독자를 소설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다. 함축적인 문장에서 스토리를 이해하기 위해 독자가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간결체로 쓰인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쓸때도 짧게 짧게 쓰는 것을 즐겨하기 때문에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최고의 선택이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