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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었네
황석영 지음 / 시와사회 / 1993년 9월
평점 :
절판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초등학교(그당시 국민학교)를 다닌 내 기억으로는 '북한' 이라는 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곳, 가난과 굶주림이 넘쳐나는 곳으로 배웠다. 물론 그 이전세대에는 북한에는 머리에 뿔 달린 도깨비들만 사는 줄 알았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말이다.
황석영의 북한 방문기는 내가 읽은 북한 방문기 중 세번째로 읽은 책이다. 독일의 여류작가이자, 분단된 한반도에 유난히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루이제 린저의 방문기와, 한총련 방북대표로서 방북했던 황선씨의 방문기 이후에 읽은 세번째 책이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곳, 한번 다녀오면 몇년씩 자유를 구속당한채로 교도소 담장 아래서 살아야만했던 국가보안법의 시퍼런 칼날이 숨을 쉬던 그 시절..(물론 지금도 그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살아남아 발악하고 있지만..)
'분단시대의 작가'로 자청하면서, 통일을 향해 나가는 문학을 하고자 했던 황석영. 그가 겪은 북한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사람 사는 북한, 그 '사람' 이라는 것이 우리와는 영 딴판으로 생긴 서양인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글을 쓰는,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 가족이었던,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황석영.
통일을 위해 한걸음 한걸을 나아가려면, 남은 왼발로 걷는 연습을 해야하고, 북은 오른발로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분단 50년이 지난 지금, 서로가 조금씩 이해하고, 다가서는 모습을 가지고 민족의 숙원이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후손은 좀더 나은 미래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 황석영은, 방북이후 4년간을 해외에서 떠돌다가 귀국해서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어, 옥살이를 했다. 한 민족 한 동포를 적이라고 규정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우리 민족문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그리고 참다운,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통일의 길을 생각하게 해준 뜻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