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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보이
아허 아롭 볼 지음, 손정숙 옮김 / 황소자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로스트보이>의 첫장엔 지도가 나오는데요..
그가 17년간 표류한 여정을 그려놓아 그의 삶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그 다음장엔 아허의 사진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 전쟁의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사진이 담겨져있어요..)
일대기를 다룬 글들은 다소 지루할수있는데요..
아허의 삶은 한편의 영화처럼 글이 영상으로 바뀌어 머릿속에 남을만큼, 책에 깊게 빠져들게 만들더라구요..
전쟁으로 인해 아주 어린나이에 부모와 떨어지고, 삼촌이 아템과 함께 난민수용소에 들어가는것을 시작으로
그의 어린시절부터 성장과정을 상세하게 적어놓았는데요..
전쟁이란 단어가 얼만큼 잔혹하고.. 또 그로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망가질수있는지...
그의 글을 읽고나니 직접 제가 겪은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더군요.
기억에 남는 부분중에 '원숭이 이야기'가 있는데요. 두페이지를 가득채울만큼 적혀있는데..
원숭이가 다친 부위를 쓰다듬고있었다. 자신의 피를 본 원숭이는 울기 시작했고
애원하듯 손을 뻗어 사냥꾼에게 손가락의 피를 보여줬다.
"원숭이를 죽여" 한병사가 말했다. 로 시작하며 저자가 예전에 들었던 원숭이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이야기를 요약해보자면..
"원숭이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낄수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고픈아이는 무엇이든 먹게 마련이다." 라는
글귀가 얼마나 가슴에 뜨겁게 와닿던지..
원숭이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당장 자신의 배고픔때문에 그것을 외면해야했던,
잔인해져야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고 슬펐어요..
아허는 부모, 형제도 없이 홀로 에티오피아, 케냐, 말라위, 짐바브웨, 남아공 등을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우죠..
전.. 그의 삶이 아픔이 많긴하지만, 그가 만난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는 꽤 운이 따르는..
(그의 말에 따르자면 신이 도와주시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를 후원해주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 그의 글을 읽었다기 보단, 그가 제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사람을 조건없이 돕는다는 것이 한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될수있는지 알게되었어요..
아허는 제 머릿속, 막연히 '돕다'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해주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사람들도 많았지만.. SPLA의 대표 벤자민박사를 보며 환멸과 분노를 느꼈어요..
같은 동족의 아픔을 끌어앉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인간 말종..
그런 사람이 벤자민 박사만 있진 않을거라 생각하니 더 가슴이 아프네요..ㅠㅠ
그런것에도 불구하고 아허와 그의 친구들은 너무나도 훌륭하게 자란것같아요..
수단의 형제들은 같은 아픔을 겪었기때문인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일도 자신의 일처럼 느끼고
친구가 힘들땐 돈도 아무렇지 않게 모아서 주고, 기쁜 일엔 진심으로 기뻐해줄주아는 멋진 사람들이니까요...
<로스트보이>에는 좋은 글들이 많아 읽어보면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고, 일깨워줘요..
아허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말라위로 가는 버스를 탔을때, 만나게 된 방글라데시 친구가 빌려준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라는 책의 내용을 인용해 적어놓은 부분인..
'옳건 그르건 네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또한 시도해보고자 결심한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두려움을 없애라.
그게 옳은지 그른지 알게 되기전까지는 거기서 돌아서지 말아라'라는
부분은 선택과 도전에 두려움이 있는 제게 하는 말같아서 더 새겨듣게 되더라구요..
또.. 하라레에 성모방문고를 떠날때 한 친구의 말인...
'네가 만나는 첫모험이 절대 마지막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 언덕을 올라 정상에 도달하면 곧바로
더 높은 언덕을 발견하게 될거야. 도전을 받아들여, 그리고 기어올라가!'라는 부분이 아허에게도,
제게도 큰 힘을 주었어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살려하고 또 그러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우리에겐 당연하다고 주어지는..
먹을 음식들과 잠잘수있는곳, 쉴수있는곳이 그는 엄청난 노력과 애원을 통해 얻어내야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배우고 싶어도 배울수없는것이 무엇인지.. 또 배움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하는지를.. 알게 되었구요..
정말 기적이라고 믿을수있을만큼 '그와 가족의 만남'은 눈가를 촉촉하게 해주었어요..
그와 평화를 갈구하다 죽어간 많은 '로스트 보이'들.. 전쟁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순없지만..
그들이 편안해질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