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빛깔 사랑
에쿠니 가오리 외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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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일본 작가가 쓴 7개의 사랑이야기.

늘 일본 소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단백한 맛이 난다.

일식집에서 정갈하게 나오는 생선 회 한 조각처럼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 때문에 집어 든 책이기는 하지만, 단편은 사실 감흥을 얻기가 좀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막 시작되려고 하는데, 전주만 듣고, 노래가 끝나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굳이 기억에 남는 작품은 유이카와 케이가 쓴

 ‘손바닥의 눈처럼’이다.

 

šœ타로와 나오는 묘한 만남을 가진다. šœ타로의 애인 다에코와 나오의 애인 료지가 바람을 피우게 된다. 료지는 나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나오는 1년의 유예 기간을 갖고, 1년 동안 료지가 자신을 기다려 준다면 료지의 마음을 믿어 주기로 한다. 약속한 1년이 되는 날 료지는 나오와의 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곁에 있어 주었던 어떤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나오는 사랑이란 것이 함께 부딪치고, 대화하고, 싸우고, 그런 일상적인 과정에서 커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1년 동안 자신과 함께 고민해 준 šœ타로와 첫눈오는 놀이터에서 서로에게 다가간다.

사랑이란 시간을 공유하고 아픔을 나누며 함께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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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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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이 쓴 산문집으로 세계 유명 시인의 시 구절이나 문학에 일부를 발췌해서 실었고, 그와 비슷한 주제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편지글 형식으로 적고 있는 책이다.

편지를 받는 대상인 ‘J’가 궁금해진다.

모든 산문이 다 그러하겠지만, 산문에 녹아있는 작가의 생각과 삶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역시 베스트셀러작가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녀의 생각을 넓고 풍부했으며, 그녀의 표현력은 단순한 사실 하나도 마치 빛나는 보석으로 만드는 재주를 타고 났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는 세상은 어쩌면 공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게 완벽해 보이던 공지영 조차도 다른 사람의 행복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 역시도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 보이던 그녀가 사람냄새를 풍기면서 한 걸음 다가섬을 느낄 수 있다.


‘체 게바라’라는 정치인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었고, 정치가가 되어 쿠바의 혁명 운동을 위해 성공시켰지만 전장에서 죽어간 그 남자에게 작가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편안한 길을 접고, 가난한 사람을 찾아 떠난 체 게바라에게 ‘가진 자의 만용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갖고자 했으나 가질 수 없는 것과 갖고자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가진, 그래서 언제든지 다시 가진 수 있는 사람의 없음이 과연 같을 수 있을까? 그는 단지, 그것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가져 보았고, 가지려고만 하면 언제든지 가질 수 있는데 무엇이 문제가 될까? 하지만, 가질수록 더 많은 갖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심이니, 그렇게 자신의 것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일은 분명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기회가 되면 체 게바라의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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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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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장난으로 보낸 라디오 음악사연이 현실이 되어 버린 아키와 사쿠타로의 슬픈 사랑 이야기.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보는 것처럼 맑고 청아하다. 첫사랑의 뼈를 훔쳐내어 자신의 뼈와 함께 뿌려주기를 바라는 사쿠타로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은 첫키스를 한다.

중학교에서 같은 반을 하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고등학생이 된 후, 늘 함께 하며,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순수하고 예쁜 사랑을 한다.

그러던 중 아키는 ‘재생불량성빈혈’로 입원하게 되고, 백혈병으로 죽어가게 된다. 아키의 생일날 아키가 바라던 호주여행을 감행하지만, 공항에서 아키는 피를 토하고 쓰러지게 되고, 결국 사쿠타로의 곁을 떠나게 된다.

사쿠타로는 아키가 없는 삶은 더 이상 삶이 아니라고 여기고, 방황하게 된다. 그 때 그의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너는 지금 그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녀는 죽어서 이젠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일조차 불가능하지. 그래서 네가 대신 슬퍼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녀의 대역으로 슬퍼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사쿠타로는 그녀를 살기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녀의 유골은 사쿠타로와 함께 가 보고 싶어 하던 호주의 붉은 사막에 뿌려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사랑에 아파하고 슬퍼하기 보다는 살아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렸다. 우리가 방황하며 헤매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었을 터인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허비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 아무런 만족 없이, 사랑 없이 말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이렇게 선하고, 겸허해지는 것을 무엇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면서 살아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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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황진이 - 주석판 - 역사와 소설의 포옹
김탁환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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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를 그린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황진이의 일대기적 사건보다는 마음에 더 집중한 책이라 하겠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책을 덮고 싶었다. 너무 많은 주석 때문에 읽는 것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석문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글이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황진이 책보다 더 사실감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석을 통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황진이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더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고, 역사적 사실도 유추해 낼 수 있다.

이 책을 감동깊게 읽은 다른 독자들은 주석문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고도 한다. 나는 꼭 주석문을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찾아 보는 나 나름의 방식을 택하면서 이 책을 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황진이의 아픈 마음이 전해지면서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태생의 아픔, 학문과 음률에 대한 열망, 시대에 대한 분노, 꽃담에 대한 황진이의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다. 드라마 <황진이>도 이 책의 영향을 받아 극의 전반에 흐르는 황진이의 고뇌가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사대부 양반들의 좌지우지하는 기생 황진이가 아니라, 꿈을 꾸고, 현실에 벽을 넘어서지 못해 고뇌하고 아파하는 인간 황진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속박을 벗어나 세상을 향해 자유롭게 몸을 던지는 황진이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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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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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 이것이 그 살인자의 이름이다.

그는 생선좌판을 하는 미혼모의 몸에서 태어나자마자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졌다. 그 속에서 살아 남았고, 그의 생모는 수차례의 걸친 영아 살인죄로 참수형을 당했다.

그는 여러 유모의 손을 거치며 키워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그에게는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전문적으로 맡아 기르는 가이아르 부인의 손에 자라난 그르누이는 무두쟁이 그리말의 밑에서 일한다. 그러다 향수제조업자인 발디니의 도제가 된다. 그르누이는 자신의 삶의 소명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천재적이고, 어쩌면 너무나 완벽해서 악마적이기까지 한 그의 재능을 이용하여 향기에 대한 제조법을 공부하게 된다. 그런 후 그르누이는 틔뤼예르 협곡에서, 인간의 역겨운 냄새가 미치지 않는 동굴생활을 7년 동안 하게 된다. 그러다 꿈속에서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사실을 알아내고, 인간의 냄새를 만들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라스에서 아르뉠프 부인이 운영하는 향수제조업체에서 도제로 일하게 된다. 그르누이는 26명의 갓 피어나는 처녀를 살해했다. 무두쟁이로 일할 때 마레거리에서 만난 처녀의 향기를 차지하기 위해서였고, 24번은 마지막 향기의 완성체인 로르 리쉬의 향기를 수집하기 전에 취했었고, 마지막으로 그가 꿈에도 그리던 로르 리쉬의 향기를 체취하게 된다. 결국 로르 리쉬 살인이 발각 되면서 참수형에 처하게 되는 그르누이.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으로부터 체취한 향수를 바르자,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용서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며, 광란의 행동에 빠지게 된다. 그는 향기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게 하는 향수를 만들었으나 그 자신은  그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그 순간 자신은 인간에 대한 역겨움과 증오를 느끼고 파리로 돌아와 납골당의 부랑자 사이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향수를 부었다. 그러자 부랑자들이 그를 먹어치워 버렸다.


살인자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26명의 여인을 죽인 그르누이가 잔혹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왜 일까? 아마도, 살인에 대한 자세한 묘사나, 그르누이의 심리적 묘사가 많이 절제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의 이 글은 그르누이의 악마성이나 잔혹성보다는 향기의 ‘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천재성을 지닌 불행한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번도 사랑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사랑해보지 못한, 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향기로만 느껴야했던 불행한 인간 그르누이에게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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