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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시절 장난으로 보낸 라디오 음악사연이 현실이 되어 버린 아키와 사쿠타로의 슬픈 사랑 이야기.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보는 것처럼 맑고 청아하다. 첫사랑의 뼈를 훔쳐내어 자신의 뼈와 함께 뿌려주기를 바라는 사쿠타로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두 사람은 첫키스를 한다.
중학교에서 같은 반을 하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고등학생이 된 후, 늘 함께 하며,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순수하고 예쁜 사랑을 한다.
그러던 중 아키는 ‘재생불량성빈혈’로 입원하게 되고, 백혈병으로 죽어가게 된다. 아키의 생일날 아키가 바라던 호주여행을 감행하지만, 공항에서 아키는 피를 토하고 쓰러지게 되고, 결국 사쿠타로의 곁을 떠나게 된다.
사쿠타로는 아키가 없는 삶은 더 이상 삶이 아니라고 여기고, 방황하게 된다. 그 때 그의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한다.
“너는 지금 그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녀는 죽어서 이젠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 일조차 불가능하지. 그래서 네가 대신 슬퍼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녀의 대역으로 슬퍼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사쿠타로는 그녀를 살기 시작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녀의 유골은 사쿠타로와 함께 가 보고 싶어 하던 호주의 붉은 사막에 뿌려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사랑에 아파하고 슬퍼하기 보다는 살아 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렸다. 우리가 방황하며 헤매는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었을 터인데,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원하고 허비하며 오늘을 살고 있다. 아무런 만족 없이, 사랑 없이 말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이 이렇게 선하고, 겸허해지는 것을 무엇 때문에 자신을 괴롭히면서 살아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