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 이것이 그 살인자의 이름이다.

그는 생선좌판을 하는 미혼모의 몸에서 태어나자마자 쓰레기 더미 속에 버려졌다. 그 속에서 살아 남았고, 그의 생모는 수차례의 걸친 영아 살인죄로 참수형을 당했다.

그는 여러 유모의 손을 거치며 키워지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그에게는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전문적으로 맡아 기르는 가이아르 부인의 손에 자라난 그르누이는 무두쟁이 그리말의 밑에서 일한다. 그러다 향수제조업자인 발디니의 도제가 된다. 그르누이는 자신의 삶의 소명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천재적이고, 어쩌면 너무나 완벽해서 악마적이기까지 한 그의 재능을 이용하여 향기에 대한 제조법을 공부하게 된다. 그런 후 그르누이는 틔뤼예르 협곡에서, 인간의 역겨운 냄새가 미치지 않는 동굴생활을 7년 동안 하게 된다. 그러다 꿈속에서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사실을 알아내고, 인간의 냄새를 만들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라스에서 아르뉠프 부인이 운영하는 향수제조업체에서 도제로 일하게 된다. 그르누이는 26명의 갓 피어나는 처녀를 살해했다. 무두쟁이로 일할 때 마레거리에서 만난 처녀의 향기를 차지하기 위해서였고, 24번은 마지막 향기의 완성체인 로르 리쉬의 향기를 수집하기 전에 취했었고, 마지막으로 그가 꿈에도 그리던 로르 리쉬의 향기를 체취하게 된다. 결국 로르 리쉬 살인이 발각 되면서 참수형에 처하게 되는 그르누이.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으로부터 체취한 향수를 바르자, 모든 사람들이 그를 용서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며, 광란의 행동에 빠지게 된다. 그는 향기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는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게 하는 향수를 만들었으나 그 자신은  그 냄새를 맡을 수 없다. 그 순간 자신은 인간에 대한 역겨움과 증오를 느끼고 파리로 돌아와 납골당의 부랑자 사이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향수를 부었다. 그러자 부랑자들이 그를 먹어치워 버렸다.


살인자의 이야기라고는 하나 26명의 여인을 죽인 그르누이가 잔혹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왜 일까? 아마도, 살인에 대한 자세한 묘사나, 그르누이의 심리적 묘사가 많이 절제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의 이 글은 그르누이의 악마성이나 잔혹성보다는 향기의 ‘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천재성을 지닌 불행한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한번도 사랑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사랑해보지 못한, 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향기로만 느껴야했던 불행한 인간 그르누이에게 연민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