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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 - 3~8세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0
스티브 존슨 그림, 존 셰스카 글 / 보림 / 1996년 11월
평점 :
이제는 세아이의 엄마이지만 재키에게도 어린시절이 있었고, 공주가 나오고 왕자가 나오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때도 있었다. 온갖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읽으며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했었는데, 딱 한 이야기가 맘에 걸렸었다. 그 문제의 이야기가 바로 개구리 왕자 이야기다.
신데렐라도 백설공주도 맘씨 착한 아가씨들이다. 그러니까 '멋진' 왕자님을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수긍이 되었었다.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벨도, 야수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마법이 풀려 야수가 왕자가 되었을 때, 왕자비가 되는 복을 받는 것도 그럴만 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개구리 왕자에 나오는 공주는.... 무엇이라도 한가지쯤 그녀가 왕자비가 될만한 빌미를 찾고 싶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만한 빌미는 없어 보였다. 그녀는 개구리와의 약속을 져버리고 혼자 도망을 왔고, 그녀가 원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서 약속을 지켰던 것인데 그녀가 왕자의 사랑을 얻게 되다니.... 아무래도 그건 권선징악적인 사고, 동화적인 관점에서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찜찜함은 이책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풀렸다.
모든 동화의 획일적인 결말-그리고 그후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을 뒤엎으며 이야기는 시작했다. 처음 얼마간은 좋았지만, 서로에게 불평불만이 쌓이고, 잔소리를 퍼붓고... 차라리 다시 개구리가 되는 것이 낫겠다고 투덜거리고 가출을 하는 개구리 왕자. 그 모습들이 낯설지 않아 좋았다. 너무도 적나라한 보통 사람 사는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집을 나온 개구리왕자가 마녀들과 만나는 대목에서는 예기치 않았던 위트에 많이 웃을 수 있었지만, 마차가 되어버린 개구리 왕자를 보면서는 도데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기발함은 잠시 반짝였을 뿐 일상적인 동화의 수순을 따라 개구리 왕자는 다시 공주에게 돌아가고 둘은 입을 맞추고 다시 행복한 커플이 되었다.
작가가 좀 더 용감하게 이야기를 끌어갔으면 어땠을까? 개구리 왕자가 다른 공주를 찾아가는 것처럼...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이야기가 발전한다면 동화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이정도에서 마무리를 한 것이겠지. 그러나 마지막 개구리 왕자와 공주는 행복한 왕자공주 커플이 아니라 '개구리'커플이 되었기에 나의 섭섭함을 달래며 이 결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어딘가 삐그덕 거리던 개구리 왕자 이야기는 이 이야기로 제대로 완성(?)되어진 듯 하다. -적어도 재키의 관점에서는. 이런 재키 탓일까? 10살의 은도 이 이야기를 좋아라 한다. 늘 개구리왕자를 읽고, 마치 한 이야기처럼 이어서 읽는다.
전통적인 동화의 결말에서는 많이 벗어나기는 했지만, 개구리 왕자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