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나에게는 아직 딸만 둘이 있다. 5살 3살.. 2014년 기준으로..

 

이 녀석들 같이 있을 때는 말도 안 듣는 장난꾸러기지만, 잠든 손을 꼭 잡고 있을 때 느껴지는 뽀송뽀송함과 내 품에 꼭 안겨올때의 가슴 벅참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 녀석들도 언제가는 나를 떠나 나의 딸의 딸을 낳던지, 나의 딸의 아들을 낳아서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나 역시 작가처럼 할아버지가 되어 작가가 이야기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늙어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에게 죽음이 오게 된다면, 나는 나의 딸 둘과 나의 아내와 나의 딸의 아이들을 보면서 눈을 감고 싶다.

 

너희들이 있어서 내 삶은 살아 볼만 했다고. 말하면서..

 

 

봄꽃은 잎을 무성하게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 피어나는 전야제의 꽃이다. 그렇다면 여름의 꽃은 무엇인가. 그것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피어나는 꽃이 아닌가. 그렇다면 또 가을에 피는 꽃들은 무엇인가. 그것은 씨앗을 보존하기 위해서 피어나는 꽃이다. 그렇다. 나무마다 피어나는 꽃들도 다 제각기 나름대로의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향기로운 꽃가루와 달콤한 꿀로써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몫이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가슴속에 많은 비밀의 엽서들을 홀로 간직하고 홀로 묻어두고 때로는 침대 위에서 울고 슬퍼하고 있을 것이다.

아빠,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들이 이제부터 하나씩 둘씩 암세포처럼 자라고 싹틀 것이다. 때로는 짝사랑도 할 것이다. 때로는 친구와 싸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것이다 때로는 믿었던 친구에게서 절교의 편지를 받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돌아오는 지하철 속에서 펑펑 울지도 모른다. 엄마를 미워할지도 모르고 아빠가 싫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를 후회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죽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외롭고 쓸쓸하고 고독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1학면. 하나의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 알에서 껍질을 깨고 태어나는 시기..

 

자기 방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는 사람만이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소용이 없는 것을 버리십시오. 많이 버리는 사람만이 마음이 깨끗해질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아름다운 방은 비어 있는 방이며 가장 아름다운 손은 빈손이며, 가장 아름다운 발은 맨발인 것입니다. 나는 J양이 비어 있는 방과 빈손을 가진 깨끗한 여인으로 자라 주시기를 하느님께 소망합니다.

 

그래, 그것이 인생인 것이다. 이미 다혜는 내 자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인격을 지닌 자유인인 것이다. 나는 다만 아버지로서 그녀가 우리의 곁을 떠날 때까지 잠시 맡아 기르는 전당포 주인에 불과한 것..

 

나는 요즈음 행복하다. 오십의 나이가 이처럼 행복할 수 없다. 20대와 30대는 욕망으로, 피의 뜨거움으로 내 삶은 하나의 폭풍이었다. 40대는 재가 스러지기 전의 마지막 불꽃처럼 타오르고 타오르는 광기의 산이었다. 그런데 50대에 들어서니 그 욕망의 미친 바람과 성난 파도는 거짓말처럼 가라앉아서 이제는 매사가 평온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자신의 결혼으로 철이 들고, 또한 자식의 결혼으로 인생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았다.

 

나의 딸 다혜까 자신을 닮은 딸을 낳았다. 아아 도대체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들은 누구이길래 이렇게 서로 가족을 이루고 한때 만났다 헤어져 어디로 돌아가는가? 참으로 알 수가 없구나.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꼐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질투는 항상 남과의 비교에서 생기므로 비교가 없는 곳에는 질투도 없다. - 베이컨 

 

산중에서 보물을 찾기 전에 먼저 내 두 팔에 있는 보물을 충분히 발견토록 하라. 그대의 두 팔이 부지런하다면 그 속에서 많은 보물이 샘솟아 나올 것이다. - 괴테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들도 있다. 그러나 손자를 익애하지 않는 할아버지는 없다. - 빅토로 위고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희망을 낳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성장하였다는 것은 고작 나이를 먹는 것이고, 나이를 먹었다는 것은 그 믿음을 잃어버리는 것이고, 믿음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잃어버린 것이니, 나야말로 날개를 잃어버린 타락된 천사로구나.

 

 

 

 

- 한용운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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