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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역습, 그리드락
마이클 헬러 지음, 윤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그리드락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다.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교통정체, 즉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많은 소유권이 경제활동을 오히려 방해하고 새로운 부의 창출을 가로막는 현상을 의미한다.
아무리 의미를 곱씹어 봐도 많이 어렵다.
저자 마이클 헬러는 이야기의 시작을 이집트 운하에서 시작한다. 운하에는 각 지역마다 요금 징수소가 산적해 있다. 지금처럼 입구에서 입장권을 한 번 받으면 끝인 데, 운하를 지나갈 때 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요금을 달라고 하는 꼴이다. 그러면 결국 우리는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더러워서 내가 안 쓰고 말지”
이렇게 쓰면 아주 효과적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소유권을 주장해서 결국 소비자들이 짜증나서 사용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상을 그리드락으로 나는 쉽게 이해하기로 했다.
미국 작가들은 서부 개척시대를 가진 문화적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그것을 브랜드화하는 데 모든 책의 페이지를 활용한다.
귀납법의 대가들이라고 할까? 그리드락도 마찬가지의 구성이다.
1. 경제계에서 그리드락이라는 것을 내가 발견했다. 나는 이를 소유의 역습 – 그리드락이라고 명명하겠다.
2. 내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 많은 책들과 사례들을 끄집어 낸다. – 이것들을 봐. 내 말이 사실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잖아.
3. 내 말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 이렇게 하면 나처럼 성공할 수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웰 보엔의 불평없이 살아보기, 샘 고슬링의 스눕, 데니엘 코일의 탤런트코드 모두 동일한 구성이었다.
그래서 미국 작가들의 책은 제목과 책 뒤 표지에 나와있는 광고 카피만 봐도 책의 반을 본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들었다.
반면 동양 문화의 책들은 마음을 적시는 이야기를 실컷 하고 마지막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합리성으로 본다면 서양식 구성이 효과적이다. 책의 제목과 맨 뒤의 카피 문구로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논리적인 글이기에 가슴속에서 불끈 불끈 끌어오르는 감정은 느끼지 못한다. 마치 잘 구성된 논문을 대하는 기분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소유의 역습이라는 문구를 보고 뭔가 무소유의 정신 또는 최소한 나의 충동구매를 제어할 수 있는 뭔가를 기대하고 였다.
하지만 이 책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공유재화하는 것이 좋은가? 사유화하는 것이 좋은가? 라는 거시적인 정책에 관한 이야기였으며,
작가는 공유재에서 나타나는 남용이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유화를 진행하는 데 그에 대한 또다른 부작용으로 소유권이 쪼개겨서 결국 그것을 통합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발생하여
자원의 활용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미활용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역설하고 있었다.
그러한 예로는 특허권으로 인해 개발을 포기하는 신약, IT기술과 쪼개진 소유권이 너무 복잡해서 이를 통합할 수 없는 통신 스펙트럼, 러시아의 상가 등이 있겠다.
그런데 이러한 예는 모두 나의 실생활과 관련이 크지 않아, 마음에 딱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러한 이론을 실제로 활용하기 위해 나는 형이하학적인 예를 찾아 대입하기로 했다.
그리드락이란? 소유권자가 너무 많아서 자원이 방치되는 현상
그리드락의 사례
1) 경매 아파트 – 세입자와 담보를 잡고 있는 채권자, 그리고 만약 이 집주인이 조직깡패의 사채까지 빌렸다면, 이 물건은 경매에 붙여져도 아주 낮은 가격에 붙여질 것이고, 이해 관계자가 더 많다라는 소문이 돌면 왠만한 사람이라면 구입을 포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파트는 제 값도 하지 못하고 돈으로 환산도 되지 못해 여러 사람이 그냥 권리만 주장하는 상태가 될 뿐 아파트라는 자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게 된다.
2) 아이디어 – 회사에서 일개 사원이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윗 상사를 설득시켜야 하고 이것이 만약 다른 부서의 지원 (재무팀의 자금, 기술팀의 기술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하면, 각 부서를 설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같은 월급을 받고 일하면서 누가 나서서 이런 생고생을 하겠는가? 잘 되면 어차피 상사가 가로챌 것이고, 잘못되면 다 내책임이 될 것이 자명한데.. 그리고 다른 부서의 업무 권한을 침범이라도 하는 날이면 각 팀에서 또 들고 일어설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랫 것들은 새로운 일은 추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려고 한다. 이는 아랫 사람들의 싱싱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그리드락이다.
3) 가정에서 – 잔인한 이야기라고 손가락질 할 지도 모르지만, 아이의 이야기에 대입해보자. 먼저 아이를 엄마 아빠가 공유재로 생각한다면, 엄마 아빠는 자기의 일을 더 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엄마라면 가정일을 도우라고 할 테고, 아빠라면 자기의 구두를 닦거나,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아니면 밖에 나가서 어린 나이부터 돈을 벌어 오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나라에서는 돈을 버는 아이들이 많다. 그들은 아이들을 남용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엄마 아빠가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고, 아이가 아주 예쁘거나, 머리가 명석해서 후에 자신의 삶에서 많은 도움이 되게 싶다면 아이를 자기가 데려가기 위해서 필사의 노력을 경주한다. 상대방 보다 값비싼 장난감을 사주겠노라고, 최고의 교육을 시키겠다고, 각자 아이에게 상대방보다 더욱 높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다. 이것이 사유화의 문제점인 비용의 상승이다. 그런데, 아이가 문제아의 소질이 다분하고, 밥 값만 축내게 생겼다. 그러면 엄마, 아빠는 서로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시작한다.
이것이 반공유재화 되는 것이고 이것의 부자용은 아이의 재능을 사장시키는 미사용이다. 우리는 아이라는 미래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드락이라는 책을 끝까지 읽는 것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새로운 시각 하나를 알게 되었다.
마치 새로운 눈을 하나 더 얻었다고 할까?
매일 매일 나는 하나의 사물을 보면서 그리드락이 존재하는 지 살펴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수동적으로 읽고 지나친다면 재미없는 책이 될것이고 조금이라도 실생활에 응용한다면 흥미로운 책이 될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빵빵 터지는 책은 절대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