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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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12월 27일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특별할 것 하나도 없는 날.. 

나에게는 아니 작가가 말한 <단 한번의 나의 삶>에서는 특별한 날로 기억될 지어다. 

냐면 거의 십년 만에 글을 쓰기 때문이다. 


비평을 받는 전문적인 작가도 아니고, 남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하등의 이유도 없는 내가 글 하나 쓰는 거에 강산이 변할 뜸

을 들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삶의 여유라는 녀석 때문이다. 


20대에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시간 낭비라 느꼈다. 남들에게 나 자신을 증명해야 일자리가 주워졌기 때문에 돈 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래서 실용적인 책만 옆에 두고자 했다. 하지만 그런 책에는 따뜻함이 없다. 정답과 오답만 있었고 그래야만 했다. 


30대에는 조직에 살아 남기 위해 자기 개발 서적에 몰두해야 했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와 어깨를 나란히 맞추고자 부단히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다 쓰러지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책을 또 읽었다. 조직에서 쫓겨 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읽었고, 야망을 가슴에 품되 표나지 않게 감출 수 있는 처세술 책을 읽었다. 그러다 아이가 생겼고 나 자신을 위해 책을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무책임한 가장의 모습이었다. 남의 이야기를 읽는 대신 나는 나의 시간을 오롯이 돈과 치환될 수 있게 살아야 했다. 그 무렵 책은 내가 쉽게 가질 수 없는 도도한 녀석이었다. 특히 나의 삶과 상관 없는 인문, 순수, 철학과 같은 녀석은 사치품과 다름 없었다. 그 때부터 나는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아니, 여우가 포기한 신 포도처럼 나와 관련 없는 존재라고 치부했다. 


40대에는 지상 최대의 과제인 여유로운 자산 확보를 위해 재테크 관련 책들을 읽었다. 재테크 서적이 주는 장점은 금방 내가 손쉽게 부자가 될 거 같다는 착각이다. 나도 조만간 그들과 같이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판타지" 그러나 실상은 냉정했고 나는 빈번히 실패를 주워 담아야 했다. 


지금.. 내 인생에 오지 않을 거 같던 아니 예전에는 절대 와서는 안될 거 같던 "50"이라는 나이를 코 앞에 두고 

이제 비로소 삶의 여유라는 녀석이 나에게 살짝 다가왔고, 더 이상 먹고 사는 고단함에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되니, 불쑥 그 동안 일부러 외면하고 살았던 나의 <단 한번 삶>이 그리고 김영하 작가의 단 한번의 삶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 


맞다. 나는 일회용이다. 일회용이니 그 용도에 맞게 삶을 단순하게 살다 가면 되는 데, 나는 명품이 되기 위해 영구 불변의 걸작이 되려고 인생을 갈아 넣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세포는 작가의 말대로 무한히 복제되지 않으며, 복제될 때마다 열화된다.

오늘 나는 단 한번의 삶에게 제일 건강하고, 아름답고, 똑똑한 모습이라는 이야기다. 내일의 나는 오늘 보다는 아프고, 늙었고,흐리멍텅 해진다는 이야기니 오늘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살다가 신이 나를 수거해 갈 때 웃으면서 가자. 그리고 추하게 일회용품이 재활용품이 되려고 욕심 내지 말자. 



"고결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은 운에 크게 좌우된다. 다시 말해 인간이 범죄자가 되지 않고, 선량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칸트적 "선한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삶이 조금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내가 이제 꿈을 꾸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10대 딸들은 고단하다. 

아직 사회의 쓴 맛을 보지 않았기에 모든 것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하면 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미래의 밝은 꿈을 꾼다. 물론 나도 최소한 아빠의 양심은 있어서 딸들에게 너희는 할 수 있어, 최고! 라고 응원한다. 

하지만 나와 마주하게 되면 나는 진실을 알고 있다. 사회는 운이 100%라고 그렇다고 운이 전부라고 이야기 하기 어렵다. 

운을 받을 수 있는 계급에게만 운이 주워지기 때문이다. 마치 카드 사용자에게 추첨을 통해 황금 10돈을 주는 데, 그 추첨 대상은 연간 3천만원 이상 카드 실적이 있는 대상자에 한함이라고 할까. 

철이 든다는 것은 이번 생에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다음 생에서 가능한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다음 생에게 가능한 일은 포기하고 (냉정하게 말하면 포기를 강요 당하고) 마음 아파하지도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포기를 강요하게 만드는 녀석은 평생 내 인생에 발목을 잡는 "돈"이라는 녀석이라는 것을 속상하지만 인정하게 된다. 

오늘의 나는 꿈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가진 자원에서 남의 눈치 안보고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인생 사업 계획을 세운다. 

매년 실적 달성율은 50% 미만이지만, 하지만 괜찮다. 이걸 문제 삼아 저성과자로 내쫓을 권리가 있는 내 인생의 사장은 나밖에 없으니. 


이 책은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타인의 일기장을 비밀스럽게 훔쳐보는 묘미가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읊조리게 된다. 맞다. 내 인생도 이제 중반을 넘어서는 구나, 나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리고 용케 지금까지 왔지. 


많은 얼굴들이 나의 머리 속에서 마음 속에서 스쳐 지나가고 이제 젊지 않은 내 모습을 현실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다짐한다. <단 한번의 삶>인데 한번 이렇게 살기는 아쉽다. 


"나 답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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