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면서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계획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

 

블링크(blink)가설 : 전문가들일수록, 문제를 직면한 순간 자신의 오랜 총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판단할 때 의외로 맞을 때가 많다고 주장합니다. 심사숙고하고 오랫동안 분석해서 얻은 결과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보여줄 때가 많다는 겁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라. 이것이 의사결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연구해서 찾아낸 훌륭한 의사결정법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인지적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인지적 유연성이란 상황이 바뀌었을 때 자신의 전략을 바꾸는 능력을 말하는 데, 그걸 잘 못하게 돼요. 의사결정이 빨라졌으니까 잘못될 가능성은 조금 더 높아졌을 텐데, 고집스럽게 안 바꾸니까 자신의 성공사례에 오히려 발목이 잡혀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거죠.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가 말하는 이른바 휴브리스(hubris : 지나친 자기과신)가 바로 이런 겁니다. 영웅는 결국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어준 경험에 발목이 잡히는 거죠. 우리는 나이가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이 늘 열려 있으신 분들, 그래서 자신이 잘 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분들, 젊은이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르신들을 매우 존경합니다. 그리고 그러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을 잘 알죠.

 

결핍이 욕망을 만듭니다. 뭔가 부족해야 그 결핍 때문에 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요. 결핍이 되기 전에 욕망이 충족된 경험을 오랫동안 쌓아오면서 무언가를 절실히 욕망하지 않은 세대로 성장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욕망의 자본주의 시대다. 요즘 젊은이들은 집어등에 달려드는 오징어 떼 같은, 그러니까 그 욕망이 자신에게 좋은지 나쁜지도 잘 모르면서, 심지어는 독이 되는 욕망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내달리고 있다. 학습된 욕망, 부모로부터 혹은 사회로부터 내려와 스며든 욕망들이 자신의 욕망인 줄 알고 열심히 추구하다가 동력을 잃어버리면 어느 순간 좌절하고, 벽을 만나 실패하면 더 이상 추동할 힘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게 지금 우리 사회입니다.

 

어른들도 아이들만큼 놀이를 좋아합니다. 놀 때 매우 행복하죠. 하지만 할 일 목록 가운데서 늘 하고 싶은 것 대신 해야 할 것을 먼저 지워나가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입니다. 이래선 안 됩니다.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벨이 중요합니다. 일만큼이나 놀이가 중요합니다.

 

뇌를 쓰려면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되도록 습관적인 선택을 통해 인지활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신경과학작들은 실망이란 내가 선택을 하기 전에 기대한 것에 비해 결과 값이 못 미칠 때 우리가 겪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정의합니다. 실망은 뭔가를 끊임없이 예측하고, 그 예측 결과가 실제 결과와 비슷한지 아니지를 비교하는 능력 때문에 얻게 되는 고통입니다. 결과가 기대만 못할 때 말이죠.

 

어제 얻은 지식, 사고방식, 생각, 고정관념, 습관을 오늘의 문제에도, 내일의 문제에도 계속 적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을 지식활용(exploitation)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을 오늘의 문제에 적용하면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조직에서 선호하는 전략입니다.

 

징크스나 미신을 믿는 이유는 미래라는 굉장히 통헤하기 어렵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억지로 갖다 붙인, 그래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시와 관련해서 유독 미신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시험 결과에 대한 확신은 없고, 시험을 잘 치러야 한다는 욕망은 강하고, 노력 이상의 행운을 필요로 하는 상황, 다시 말해 결과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미래에 대한 통제권이 약할수록 우리는 그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무 상관도 없는 인과관계를 끄집어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음모론은 발견된 사실들 가운데 비어 있는 영역, 즉 설명이 되지 않는 영역을 메우고 싶어 하는 우리 본능과 관련 있습니다.

음모론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끊어져 있는 고리를 연결해 세상을 잘 짜인 스토리로 이해하려는 노력, 이를 위해 인과 관계를 만들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 때 더 크게 다가오고, 불행은 예측할 수 없을 때 감당할 만하다라는 겁니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는 뜻밖의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얻었을 때 우리에게 찾아오고요, 이미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선 어떤 것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기대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행복도 사라질 겁니다. 반면 불행은 미리 안다면 그 크기가 엄청날 겁니다. 우리가 불행이 닥친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는 결국 견디고 감내하지만, 예고된 불행은 그 순간 더 큰 불행이 시작이 됩니다.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데,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반대죠. 어떻게 하면 남과 똑같은 경험을 먼저 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죠. 남들이 다 한 걸 우리 애가 안 하면 불안해하죠. 똑같은 방식으로 교육받기를 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창의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우리 애가 남과는 다른 경험을 쌓고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현상을 들여다보는 사람으로 성정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화해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키면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아톰 세계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전환을 말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제안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가 일치하는 것을 가상 물리 시스템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유사한 개념으로 O2O(Online to Offline)라고 부르는데, 다소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1780년대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조지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만들면서 제 1차 산업혁명, 제조와 유통의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가내수공업이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계가 등장했고, 우리 동네에서 만든 물건을 다른 동네에서 소비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1900녀대 들어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사람을 고용하면서 전기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체제, 이른바 포드의 모델 T로 상징되는 벨트컨베이어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제2차 산업혁명, 전기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제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이었습니다. 1950년대 컴퓨터가 등장한 이래 개인용 컴퓨터가 발명되고 거기에 인터넷, 모바일 기술이 더해졌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제 3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디지털 기술이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를 일치시키고 이를 1,2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유통,제조업에 접목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1,2,3차 산업혁명의 융합 혁명인 셈입니다.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 오스카 레번트

 

의심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볼테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기기들을 엔지니어들은 일상 단절 기기 (Just-a-moment devices)라고 부릅니다. 나 잠깐만 비트 세계로 들어갔다 올게하는 거죠. 지금은 대부분으 스마트기기가 일상 단절 기기입니다만, 우리가 현실 세계에 살면서도 단절 없이 비트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 미디어를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느낄 겁니다. 이런 기술을 일상몰입 기술 (life-immersive technology 혹은 seamless technology)이라고 부릅니다.

 

오늘날 테크놀로지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본과 권력에 기생하고 좌우되면서도, 인간에게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세상을 선하하기 위해 발달했습니다. 디지털 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 그리고 블록체인 혁명이 그 결과물입니다. 인간이 조금 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적이며 수평적으로 동등한 사회 속에서 살 수 있기를 바랐고 이에 기여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이상을 알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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