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독립·예술영화를 보듬다
본거지 '시네마테크 부산' 희귀 영화 해외서 수입 상영
최근 합류한 '국도극장예술관' 멀티플렉스서 외면당한 최근작 소개
'CGV 서면'선 대중적 예술영화
'시청자미디어센터'도 다큐멘터리 여성·어린이 등 특정계층 겨냥

 
  부산 인디영화관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시네마테크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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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인디영화, 예술영화 전용관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2000년만 해도 인디영화 상영관이라고는 '시네마테크 부산'이 유일무이하다시피 하던 것이 지난 2004년 CGV서면이 인디영화 전용 상영관을 만들고 지난 4월에는 옛 국도극장이 국도예술관으로 변신했다. 시청자미디어센터도 가세해 매달 다큐멘터리와 인디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했다.


# 인디영화, 예술영화 볼 사람들 여기로 모여라

부산에서 인디영화 상영의 본거지는 시네마테크 부산이다. 지난 1999년 8월 처음 문을 연 시네마테크는 영화사(史)에서 주목받을 만한 감독의 영화, 특정한 나라나 장르를 기준으로 잡아 영화를 상영해 왔다. 한 해 중 7~8회의 기획전을 열고(2~3주 단위), 기획전이 없는 시간에는 일반 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예술 영화를 내건다. 기획전이 무거운 내용이라면 일반 상영은 대중의 기호에 맞는 영화를 상영해 수위를 조절한다. 시네마테크는 사설 영화관과는 달리 필름을 해외에서 임시 수입해 상영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는 만나기 힘든 희귀 영화를 많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지난 3월부터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 저녁 '수요시네클럽'을 마련해 감독, 평론가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자리도 꾸준히 가져오고 있다. 매회 10~30명에 불과하던 관객이 수요시네클럽 때는 대폭 늘어나 매진되기 일쑤라는 것이 시네마테크 부산 측의 설명. 오는 19일에는 최근 영화 '괴물'로 호평을 받은 봉준호 감독을 초청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63년 작 '천국과 지옥'을 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무료 독립 영화 상영도 한다.

오는 20일부터 3주간은 여름을 맞아 'B급호러영화파티' 기획전이 준비돼 있다. 이 기간에는 최근 개봉한 공포영화 '아랑' '아파트'가 아니라 1930~1960년대에 걸쳐 만든 저예산 호러영화들이 스크린에 걸려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난 4월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재탄생한 중구 부평동 국도극장예술관.
국도극장예술관은 최근에 합류한 예술영화관이다. 일반 상영관-재개봉관-제한상영관을 거쳐 지난 4월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올해의 예술영화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네마테크처럼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이지만 조금은 성격이 다르다. 시네마테크가 오래된 영화, 아카데믹한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곳이라면 이 곳은 멀티플렉스에서 외면받은 최근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장소다. 4월 문을 연 후 장률 감독의 '망종'을 비롯해 '스윙걸즈' '천국을 향하여' '브로크백 마운틴' 등을 상영했으며 6월에는 2005서울독립영화 순회상영회를 가졌다. 현재는 7월 14일까지 열리는 기획전인 '아시아 영화전'이 진행 중이다. 정상길 대표는 "7월 중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준비했고,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은 독립영화 상영일로 정해 여러 독립영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 홈페이지에서 CGV서면 상영 시간표를 검색하면 다른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 세 편이 목록에 올라 있다.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이웃집 야마다군' '추억은 방울방울' '반딧불의 묘'가 그 것. CGV는 부산 서면점을 비록해 지난 2004년 전국 체인 중 몇 곳에 인디영화전용 상영관을 만들어 독립영화, 인디영화를 상영해 왔다. 극장 전체가 인디영화 전용은 아니지만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디지털로 제작된 저예산영화도 개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CGV측은 "평소에 거래를 하던 소니나 워너브라더스 같은 직배사를 통해 인디영화를 바로 수입해 상영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문적인 예술영화보다는 대중적인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미디어센터도 최근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상영에 뛰어들었다. 지난 4월부터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시청자미디어센터 2층 공개홀에서 상영회를 열고 있다. 지난 4월 시민영상제 역대 수상작 중 인기가 많았던 작품 5개를 모아서 상영한 것을 시작으로 5월에는 다큐멘터리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를, 6월에는 대추리마을 다큐멘터리 2편을 선보였다. 7월에는 인도 캘커타의 사창가 이야기를 담은 영화 '꿈꾸는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센터 박지선 씨는 "단순히 상영만 하기보다는 미디어 교육과 연계시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미디어센터는 앞으로 어린이, 여성 등 특정 계층에 맞춘 독립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 재미없는 영화관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라

예술영화관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제자리걸음이다. 시네마테크와 국도예술관의 경우 평일에는 한 회당 10명 안팎의 관객이 전부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CGV도 좌석 점유율이 20%에 불과하다. CGV서면에서 만난 김선영(28·부산 북구 모라동) 씨는 "영화 수준으로만 보면 많은 상업영화들보다 우수한데 홍보부족으로 이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아몬드시네마화명이 인디영화전용관을 마련했으나 지금은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 김상화 회장은 "멀티플렉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도 인디영화관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많다"며 "1차적으로는 인디영화관이 재미없는 영화를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하고, 멀티플렉스들도 인디영화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2006/07/0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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