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의 절정은 실패하는 과정에 있다.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의 기쁨을 알 수 없다. 취향에 맞지 않는 노래들을 많이 들어봐야 내가 어떤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아니라 내 판단으로 취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취향에 맞지 않은 음악들을 무수히 걸러내고 남은 '내 노래'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32쪽
세상에, 음악이란 단어와 효율이란 단어는 얼마나 먼가. 13분짜리 곡을 듣다가 12분즘에 온몸에 찌릿한 전기를 느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킵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 것이다.-32쪽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진짜 나는 어디쯤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나에 가까울까. 아니면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에 가까울까. 어쩌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39 쪽
세상에 어중간한 재능만큼 불편한 게 없다. 써먹지도 못하는데, 버리기엔 아깝다.-65쪽
내게 현재였던 소설 속 시간이 독자들에게는 오지 않은 미래이고,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의 현재가 내게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난 과거이고, 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내 소설 속의 시간은 끝내 오지 않을 미래이다. 우리는 같은 시간속에서 다른 시간을 사는 것이다. (중략) 독자와의 만남 때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소설 얘기 같은 건 하지 않아도 우린 서로 다들 잘 아니까. 소설 속 시간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니까.-84쪽
결국 음악을 듣는 것은 사람을 듣는 거로구나. 결국 책을 읽는 것은 사람을 읽는 것이고, 그림을 보는 것은 사람을 보는 것이구나.-102쪽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건, 그의 이름을 교환하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인지 모른다. 그의 모든 앨범과 그의 멜로디와 리듬과 그가 영향 받은 뮤지션과 영향을 준 뮤지션의 이름을 함께 호명하는 것이고, 나의 취향과 내가 추구하는 세계관을 알려주는 것인지도 모른다.-112쪽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새 앨범을 내길 기다리는 시간, 레코드 가게에서 시디를 집어 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그들의 음악을 상상하는 시간, 그 모든 시간이 음악을 듣는 시간이다. -137쪽
이야기의 본질은, 어쩌면 사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 거울인 셈이다. -180쪽
세월을 보내고 나이를 먹으며 우리가 쌓아가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몇 시간의 기억이다. 밤을 꼴딱 새우며 읽었던 시간들, 처음으로 가본 콘서트장에서 10분처럼 지나가버린 두 시간, 혼자 산책하던 새벽의 한 시간, 그 시간들,-22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