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인터뷰 특강 시리즈 7
공지영 외 지음, 김용민 사회 / 한겨레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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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다음 세상에 대한 비전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세상을 지향하는가'입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들은 눈앞에 존재하는 악을 욕하고 그것들과 갈등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정당화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세상에 대한 비전을 포기하고 있는 마음을 변명하기 위해서 눈앞에 존재하는 악을 욕하는 모습을 환기하려고 했습니다. 진보적인 사람은 현재 세상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꿈이 있어야죠. 당연히 '어떤 세상을 지향하는가' 하는 꿈이 있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것이 전혀 없어졌습니다.-184쪽

이명박은 우리 앞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를 괴롭고 힘들게 만들죠. 그렇지만 어느새 우리 안에도 이명박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괴물이기 때문에, 우리가 괴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이라는 괴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198쪽

이명박의 가장 큰 해악은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우리를 너무 쉽게 진보적이게, 정의롭게, 인간적이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이후에는 진보적인 사람, 정의로운 사람, 인간적인 사람이 되기가 너무 쉬워졌습니다. 이명박만 욕하면 되니까요.
'악'이기 이전에 '추'이기 때문에 어지간한 사람은 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해서 충분히 정당함을 느낄 수 있겠죠. 이렇게 이명박의 진짜 해악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차단한다는 데, 성찰을 사라지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199쪽

"자녀가 엘리트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여기서 '엘리트'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중략) 근거리 엘리트는 멀리서 보면 평범한데 실제로 보면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같이 호흡하는 사람들한테서 존중받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뭔가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때, 애기하면 실마리가 풀리고 위로받으 수 있는 사람, 복잡하고 사악한 후기 자본주의 체제를 훤히 꿰뚫어보는 통창력을 가진 사람, 그러니까 옛날에 공동체 추장 같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진짜 엘리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224쪽

어제까지는 다른 사람보다 큰 집에 살고 돈 많이 벌고 좋은 차 몰고 다니면서 보통 사람들과의 격차를 벌이는 데서 즐거움을 찾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벼락 맞은 것처럼 변해서 그런 것들을 오히려 불편해하는 거예요. 힘든 사람을 보면 나 때문에 저렇게 된 거 같고, 정직하게 일하면서 자기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나서 같이 싸우고 싶고, 그렇게 사는 것이 더 즐거워진 거죠. 회개란 결국 '즐거움의 전복'입니다.
이 자본의 체제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즐거움과 우리의 즐거움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합니다. 저놈들은 남과 격차를 벌려 즐겁지만 우린 남과 더불어 삶으로써 즐거운 것입니다. 그렇게 전복된 즐거움에서 진정한 용기가 나옵니다. 그렇지 않은 용기는 사실 다 빈말이며, 우리를 미혹케 하는 것밋말이며, 거짓 위로일 뿐입니다.-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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