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멜리 노통이란 작가는 내 호기심을 자극시키기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적의 화장법><이토록 아름다운 세살>등의 특이한 제목들, 화려한 수상경력, 파격/엽기/반전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리뷰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신뢰하고 좋아하는 '열린책들'에서 출판했다는 점.

하지만 왠지 충격적인 뭔가가 툭 튀어나와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녀의 작품을 쉽게 접하지는 못했다. 도서관에서 프랑스문학코너를 탐색할때마다 다음에..다음기회를 다짐하며 만남의 순간을 미뤘다. 그런데 보름전쯤 읽었던 이다도시의 <프랑스식 감성교육법>에서 이 소설이 잠깐 언급되길래 용기를 내어(?) 책을 빌렸다.

근데 왠걸? 불면증을 쫓으려 잠시 집어들었던 이 책은 너무 웃기고 잼있어서 새벽 4시되어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책 내용은 딴 리뷰에 너무 자세히 소개되어있으니 생략하겠다. 이 책에서 경직되고 알고보면 상당히 배타적인 일본사회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아멜리의 회사생활의 단면들에서 나 그리고 우리의 직장생활을 투영해 볼 수 있었다. 비생산적인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상사에겐 절대복종해야 하며 내 잘못이 아닌 일에 스트레스풀기용으로 모욕을 받아도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화장실에 달려가서 혼자 훌쩍거리는 것뿐.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좋아져도 직장인이라면 한두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외국인인 아멜리가 온갖 모욕을 참아가며 일본여성처럼 의연하게 견디는 모습이 조금 의아하기도 했지만 결코 절망하지 않고 모든 순간을 낙천적인 성격과 웃음으로 풀어가는 모습이 참 멋지고 사랑스럽다. (자신을 모욕하는 후부키의 미모를 찬양하는 장면마다 일본 만화의 과장된 묘사들이- 사람에게서 광채가 나는 그런류의- 떠올라 참 많이 웃었다.) 아무래도 이 매력적인 작가의 전작품을 찾아읽게 될 것같다. 그런데, 이 소설 영화로 만들어도 참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일본사람들은 싫어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