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존재감이 한없이 작아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고 어떤 순서도 내게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존재가 호치키스나 진공청소기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가치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눈치채게 되는 것이다.-226쪽

(수상작가 인터뷰) "저는 작가란 존재가 '있는' 것을 고스란히 '있게' 만드는 자라고 봅니다. 작가가 뭔가 창조하는 게 아니죠. 아름다운 것은 이미 있고 작가는 이미 있는 것을 소설 속에 집어넣는 거죠. 그런데 이 '있다'의 세계를 구현하는 데 최대의 적이 바로 작가 자신인 거예요. 바로 불량한 서술자죠. 서술자는 자신의 편견으로 '있는' 것을 왜곡시키고 축소시키는 존재죠. 서술이란 건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작가는 멀쩡하게 잘 있는 것을 굳이 기술해서 파괴하는 사람입니다."-379쪽

"네, 어려움은 쉽게 해결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소대신에 해학적인 웃음으로, 자조가 아니라 건강한 푸념으로 어려움을 넘기죠. 그러면서 그 시간들을 견디고, 그 시간들을 풀어냅니다. 바로 여기가 이야기가 탄생하는 순간인데 저는 그 이야기를 캐비닛에 담는 것이죠. 있는 그대로, 훼손시키지 않고 고스란히 말이에요. 그게 '있다'의 세계이고 소설쟁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소설가가 이야기를 담아두는 기술자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이야기를 허름한 캐비닛에 보관하는 사람이죠."
"그러니 '캐비닛'은 자신의 소설 창작론에 대한 제목이네요."(전경린)-38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