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TV책을 말하다 [만들어진 신] 편을 보다가
이번 주에 [푸른 알약]을 다룬다고 해서
기대에 찬 마음으로 방송을 챙겨봤다.

이 책을 추천한 장재승 박사의 날카롭고 친절한 소개에도 불구하고
사회자와 패널(정신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삐딱한 시선은
시청자로서 나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멘트를 대략 살펴보면
(불친절한 거친 그림에 대해) "그림을 너무 못 그렸네요."
(1년미만의 동거 후 책을 펴낸 것에 대해) "뭐 저같은 중년이 보기엔 한 60년 정도 산 후에야 내가 이런 힘들고 고난에 찬 삶을 꿋꿋히 살아왔다. 정도 쓸 수 있지 고작 1년미만을 살고 이런 책을 쓰다니 쯧쯧"
(의사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주인공의 반감과 불평에 대해) "의사로서 상당히 불쾌했어요."
(추천자의 책 설명후에)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거 같은데요." (말문이 막힌 추천자)

장재승 박사의 말처럼
한국에서 이런 만화를 그렸으면 십중팔구 "너는 내 운명"이 되었겠지만
HIV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비교적 개방된 서구에서는
이런 "사치스럽고 개인적인 거친 만화"도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눈물겨운 고군분투!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

고작 1년 살았다고 해서 책 못 쓰란 법 있나? 그림 못 그리란 법 있나?

1년이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속에서 작가가 겪었던 다양하고 밀도 있는 경험과 감정들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일상들이 나같이 병에 무지한 저 먼나라 독자들에게
작은 깨달음과 잔잔한 감동을 충분히 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무조건 칭찬해 달라는 게 아니다.
비아냥과 몰이해를 접어달라는 거지.

TV, 책을 말하려면
그 책에 대한 비판은 하되 기본적인 애정과 존중은 갖춰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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