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쓰다
매거진 t 편집부 엮음 / 씨네21북스 / 2006년 8월
절판


작가교육원에 강의를 나가는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엘리트다. 그 사람들이 학생들한테 야, 작가 이거 되게 어려운 길이다. 안 된다. 포기해라. 그런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도 되는데 너희는 왜 안 되냐. 난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선생님들은 넌 너무 꿈을 준다고 그러는데, 난 꿈을 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모두 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두 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모두 다 치열하다고 하지만 천만, 만만의 말씀, 모두 다 치열하지 않다. 내가 학생들에게 하루의 5분만, 집중해서 5분만 글 쓰라고 하지만 .365일의 5분도 하지 않는다. 하루 밤 새우기는 한다, 며칠 놀려고 그렇게는 해도 꾸준히 매일 하지는 않는다. 꾸준히 매일 하면 안 될 일이 없다. 난 그 생각한다, 선생님들이 가르쳐주는 대로만 해도 기본은 한다. 대부분 입으로는 열심히 해, 죽도록 사랑해, 말해놓고 물만 떠다 달래도 짜증내잖나. 그러니까 사랑도 입으로 하고, 글도 입으로 쓰고, 그런데 매일 쓰는 사람은 아무도 못 당하고, 사랑도 실천하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도 못 당한다. -118쪽

작가 되기는 어렵지 않다. 대신 정말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매일 써야 한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다 열심히 한다는 거야. 뻥치지 말자. 목숨 걸고 해야 한다. (노희경 "이젠 나비처럼 가볍고 싶다")-118쪽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나쁜 면이 있지만 끝까지 나쁘지는 않은 어떤 부분이 있다. 누구랑 어떤 사람 실컷 씹고 집에 갈 때 꼭 후회한다. '뭘 안다고 그렇게 씹어댔을까.'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후회한다고 한다. 나만큼 나쁘고 나만큼 여리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자학증이 글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절대로 아닌 것 같다. 결국 자기를 채찍질하는 것에 지치고, 자기를 미워하는 방식은 지친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 자체가 지치는 일이다. 이제는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 아니겠느냐, 내가 옳아봤자 얼마나 옳고, 상대가 그르면 얼마나 그르겠냐, 이런 생각들을 하니까 두루뭉술해진다. 개중에 사람들은 이런 저를 보고 회색분자라고 하는데 회색분자면 또 어떤가. 그러려니 하고 사는 거다. (노희경 "드라마는 대사가 아니다")-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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