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_ 내가 쓸 수 있는 어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국어사전에 있다고 해서 내가 쓸 수 있는 말이 아니거든. 가령 혁명, 진보, 자유 이런 언어들이 사전에 있지만 나는 그걸 끌어다 쓸 수 없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쓸 수 있는 말이 줄어들어. 내 사전이 점점 얇아지고 있어요. 이젠 정말 몇 마디 안 남았어. 이제 내가 쓸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은 겨우 노랗다, 빨갛다, 춥다, 날이 어두어진다 같은 확실한 것들뿐이야. 이런 말 몇 개를 가지고 하는 거예요. 겨우...-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