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절판


책을 읽어서 뭐 할 거냐?라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하지만 정작 나는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그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책 읽는 것이 그리 좋으면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 되지 않느냐고 충고하기도 한다. 아무나 다 하는 책 읽기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일까. 서점에 취직이라도 하라는 건가. 돈은 돈대로 벌고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는 일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러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다. 싫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냥 좋아하는 책을 읽을 뿐이다. 막연하긴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순간만은 적어도 내 삶이 허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책이 나를 계속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살고 싶게 만든다는 것밖에는 알지 못한다.-78쪽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책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읽는다는 주의는 아니다. 좋아하는 것일수록 사람들의 취향은 까다로워지고 선택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많이 보고 많이 겪은 사람들은 눈이 높아진다.(중략)
사실 책에 대한 취향은 사람에 대한 취향과 비슷한 데가 있다. 책의 경우에도 첫눈에 반할 수 있고, 남들이 좋다고 해서 나도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다.(중략)
오직 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사람이 세상에 있다면 아마도 오직 나만을 위해서 쓰인 듯한 책도 있지 않을까. 나는 어쩌면 그런 책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94쪽

모든 것은 태어날 때부터,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정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내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인가. 내게 가능성은 언제나 둘이었다. 죽음 혹은 책 읽기. 그 가능성 가운데 늘 책 읽기를 선택해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2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