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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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한 줄 알아, 히스클리프!" 저는 말했습니다. "고약한 사람들을 벌하는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야. 우리는 용서를 배워야지."
"아니야, 하나님은 내가 맛볼 만족감을 맛보시지는 못할거야." 그는 대꾸했어요. "나는 제일 좋은 방법을 알고 싶을 뿐이야!" 나를 가만히 나둬. 생각해 내게. 복수를 하는 동안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101쪽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133쪽

오, 내 몸이 불덩이 같아! 밖으로 나갔으면, 다시 야만에 가까운, 억세고 자유로운 계집아이가 되어 어떠한 상처를 입더라도 미치거나 하지 않고 깔깔 웃을 수 있었으면! 왜 나는 이렇게 달라졌을까? 왜 조금만 뭐라고 해도 내 피는 끓어오를까? 저 언덕 무성한 히스 속에 한번 뛰어들면 틀림없이 정신이 날 텐데. 다시 창을 활짝 열어줘, 빨리. 왜 가만히 있어?"-206쪽

우리는 툭하면 유령 같은 것은 무섭지 않다고 거기 잇는 묘지에 들어가 유령을 불러내 보겠다고 했었지. 히스클리프, 지금도 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고 내가 말한다면, 당신은 해낼 수 있겠어? 당신이 간다면 나도 같이 가지. 나 혼자 거기 누워 있기는 정말 싫어. 열두 자 깊이로 나를 묻고 교회를 그 위에 얹어준대도 당신이 옆에 올때까지는 편안히 잠들지 못할거야."-208쪽

불행도, 타락도,죽음도, 그리고 신이나 악마가 할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우리 사이를 떼놓을 수는 없었기 때문에 당신 스스로 나를 버린 거야. 내가 당신의 마음을 찢어놓은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찢어 놓은 거야.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내 가슴도 찢어놓은 거야. 건간한 만큼 나는 불리하지. 내가 살고 싶은 줄 알아? 당신이 죽은 뒤에 내 삶이 어떨 것 같아? 아, 당신 같으면 마음속 애인을 무덥 속에 묻고도 살고 싶겠어?"
"나를 가만히 둬. 가만히 좀. 내가 잘못했다면 나는 그 때문에 죽는 거야. 그것으로 족하지! 당신도 나를 버리고 가지 않았어? 그러나 당신을 책망하지는 않겠어. 당신을 용서해. 당신도 나를 용서해 줘." 캐서린 아씨는 흐느끼면서 말했습니다.
"용서하는 것도, 그 두 눈을 보는 것도, 그리고 그 여윈 손을 만지는 것도 괴로운 일이야. 내게 다시 입을 맞춰줘. 하지만 당신 눈은 보이지 말아줘. 당신이 내게 한 짓은 용서하겠어. 나는 나를 죽인 사람을 사랑하는 거야. 바로 당신을 내가 어쩔 수 있겠어?"-263쪽

만약 힌들리가 살아서 저 녀석을 볼 수 있다면 내가 거의 내 자식을 자랑하지 않듯이 그자도 제 자식을 자랑할 것 같지는 않지? 그러나 그런 차이는 있지, 말하자면 한쪽은 금덩어리인데도 길에 까는 돌로 쓰이고, 다른 한쪽은 양철조각을 은처럼 보이려고 닦는 셈이야. 내 자식은 쓸 데라고는 조금도 없는 놈이지만 그래도 그런 빈약한 놈이 갈 수 있는데까지 가게 해서 되도록 소질을 살려볼 작정이야. 힌들리의 아들 놈은 여러가지 훌륭한 소질을 타고났지만 다 잃어버리고 말았거든. 쓸모가 없기는 커녕 그보다도 더 나빠졌어. 나야 조금도 섭섭할 게 없어. 그가 얼마나 많이 후회할지는 내가 아니면 모를거야.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것은 헤어튼이란 놈이 나를 몹시 좋아한다는 사실이지!-360쪽

이제 그녀를 보고 나니 마음이 평온해지는군. 약간이긴하지만, 그건 사람을 죽이는 방법치고는 맹랑한 것이었지. 십팔 년 동안을 희망이라는 허깨비로 속여 그나마 한 치 두 치도 아니고 털끝만큼씩 사람을 괴롭혔으니 말이야!-483쪽

내 눈에 그녀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뭐가 있겠어? 무엇 하나 그녀 생각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것이 있어야 말이지! 이 바닥을 내려다 보기만 해도 그녀의 모습이, 깔린 돌마다 떠오른단 말이야! 흘러가는 구름송이마다, 나무마다, 밤이면 온 하늘에, 낮이면 눈에 띄는 온갖 것들 속에, 나는 온통 그녀의 모습으로 둘러싸여 있단 말이야! 흔해 빠진 남자와 여자Ÿ?얼굴들, 심지어 나 자신의 모습마저 그녀의 얼굴을 닮아서 나를 비웃거든. 온 세상이 그녀가 전에 살아 있었다는 것과 내가 그녀를 잃었다는 무서운 기억의 진열장이라고!
제기랄, 헤어튼의 모습은 내 불멸의 사랑, 내 권리를 지키겠다는 무모한 노력, 나의 타락, 나의 자존심, 나의 행복, 그리고 내 고뇌의 망령이었어.-539-5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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