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남이는 가슴이 크게 출렁인다. 수남이는 한 번도 주인영감님에게 하다못해 야학이라도 들어가 공부를 해 보고,
싶단 말을 비친 적이 없다. 맨손으로 어린 나이에 서울에와서 거지도 안 되고 깡패도 안 되고 이런 어엿한 가게의점원이 된 것만도 수남이로서는 눈부신 성공인데, 벼락맞을 노릇이지, 어떻게 감히 공부까지를 바라겠는가.
그러면서도 자기 또래의 고등 학생만 보면 가슴이 짜릿짜릿하던 수남이다. 처음 전기 용품 취급이 서툴러 시험을 하다 툭하면 손 끝에 감전이 되어 짜릿하며 화들짝 놀랐던 것처럼, 고등 학교 교복은 수남이의 심장에 짜릿한 감전을 일으키며 가슴을 온통 마구 휘젓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