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바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이 남성 주권의 상징인 그 모자를 쓰고 있었다. 펠트 천으로 만든 것이든 종려나무 잎사귀로 만든 것이든 기름진 비버가죽으로 만든 것이든 새로운 유행을 따른 것이든, 모자들은 저마다 공화국의 진정한 독립을 상징하며 주인의 머리 위에 얹혀 있었다. 사실 모자는 주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물건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모자를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여 썼다. 이런 사람들은 유머를 사랑하고 쾌활하면서도 자유롭고 또 화통한 자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코 밑까지 꽉 눌러 쓴다. 이런 사람들은 심지가 굳은 완벽주의자인데
모자를 쓸 때는 반드시 그런 방식으로 써야만 직성이 풀린다. 모자를 뒤로 젖혀서 쓰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시원한 전망을 좋아하는 늘 깨어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부주의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모자를 쓰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하여 모자가 사방으로 흩날린다. 모자에도 셰익스피어 연구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1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