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와 프리즘 - 반양장
이윤기 지음 / 생각의나무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나 자신에게 말 물어 보자. 지금 삶에서 무엇을 취하고 있는가? 하고 있는 일, 살고 있는 삶에서 내 피가 통하고 있는가? 나는 하고 있는 일의 품삯이 아닌, 일 그 자체, 그 일의 골수와 희노애락을 함께할 수 있는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취하는가? 가죽인가, 뼈인가? 문제는 골수이겠는데, 과연 골수인가?'

이윤기의 <무지개와 프리즘>은 오랜만에 '서권기 문자향'을 느껴게 해 준 글이다. 지적 엔터테인먼트라는 말은 여기에나 어울릴 듯 한데, 제법 완고한 이 인문주의자는 쉽게 동의할 것 같진 않다. 문제는 위에 인용한 글은 '청년들에게 고함'인데, 과연 나는 청년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완고하다고 했지만 글은 재밌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도 동의할 구석이 이 책엔 있다. 우리에게도 이만한 인문주의자를 가졌다는 게 적잖은 위안을 갖게 한다.

다만 한가지, 베토벤을 말하면서 그는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것은 베토벤에게 보내는 최대의 찬사다. 그리고 만약 베토벤이 귀가 멀지 않았다면 인류는 위대한 유산 하나를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만인의 행복이 한 개인의 불행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건 끔찍한 생각이다. 그래서 백 점을 받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허나 가끔 백 점 짜리보다 더 좋은 글도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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