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21. 수요인문강좌 / 김민웅 <동화 속 비밀창고> 리뷰 

 

민중들의 말과 지배층의 말이 같았던 시대가 있었을까. 말, 언어는 권력이다. 어떤 관계나 감정이 사회에서 정당성 있는 말로서 인정받고 소통 된다는 것은 권력을 획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말들은 기득권이 되어 아직 표현되지 못한 관계 감정들이 표출 되는 것을 강력히 방해한다. 이것이 <뿌리깊은 나무>에서 정기준이 세종의 계획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정기준은 세종에게 일갈한다. “너는 그들의 욕망통제체제를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다!” 민중들은 세상을 향해 떳떳하게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을 갖고 있지 않으며, 때문에 지배층의 언어에 의해 핍박받고 구속된 채 살아간다. 민중 스스로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변혁을 갈구하는 욕망조차 갖지 못하고 있지만, 지배층과 민중들이 정당하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민중들을 통제하던 체제가 균열을 일으킬 것임을 정기준은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의 부재는 억압적인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가슴의 응어리들을 필사적으로 이야기 하려는 자와 두 손바닥, 열 손가락으로 귀를 막은 채 절대 듣지 않으려 하는 자의 공존. 이렇게 철저히 분리된 채 사는 사람들은, 특히 민중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누구는 대통령 각하라고 말하지만, 누구는 끝까지 ‘MB’와 ‘쥐’로 이야기를 하는 상황 말이다. 이내 억눌렸던 감정들은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새로운 언어와 표현들로 대체되어 한 편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간다.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차단된 사회에서 서로에게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이야기 속에는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며, 더 나아가 새로운 사회를 갈망했던 그들의 욕망이 담겨져 있었다. 기존의 것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암호와 같은 상징과 은유들로 치장된 채 말이다. 혹자에게는 새로운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야기. (다시 한번 ‘쥐’!) 이렇게 민중들은, 그들만의 이야기로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지배층의 언어가 아니라, 그들의 언어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어떻게? 김민웅이 해답을 제시했다. 강의 마지막 시간에 김민웅은 ‘common sense’를 언급했다. 흔히 ‘상식’으로 통용되는 단어인데, 김민웅은 여기서의 'common'을 ‘common People'의 'common'을 빌려 설명했다. 'common people'은 대중, 민중인바 즉 'common sense'는 ‘민중들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바로 지식인, 특권층의 ‘앎’이 아니라 민중들의 ‘앎’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전해져온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여기에 앉아있는, 독자로서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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