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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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누렇게 삭아버린, 한 번도 지키지 않았던 생활계획표 같은 것이다. 내가 믿는 것은 미움이다. 미움의 힘이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한창훈은 다시금 망각하고 있던 것들을 떠올려 주었다. 잊고 있던 기억들. 하지만 나의 기억이 아니기에 ‘기억’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망설여지는 그 무엇들. 나만의 것으로 환원되기에는, 너무나 비대한 몸뚱이를 가진 과거의 조형물들을 말이다. 지금, 과거의 단편들은 장마처럼 길었던 이야기를 매듭짓고, 스물 스물 사라지려 하지만 그것들을 끝까지 현재의 기둥에 묶어 놓기 위한 ‘기억’들이 필요하다.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내 이야기인 것처럼. 나는 그것을 경험했고, 공유했고, 고통 받았다고. 과거 속에 묻혀 있던 고통을, 지금 여기서 느끼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보는 것이다. 과거의 속살 깊이 묻혀있는 고통의 상흔을 지우려 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현재와 괴리된 주변인, 타자로서 살아갈 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 고통의 기억들이 ‘지금’을 지탱하는 것들의 전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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