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당대 역사를 이야기하는 방식은 마치 베토벤의 작품 백서른여덟 곡을 연이어 연주하되 다만 각 악곡의 첫 여덟 소절만 연주하여 소개하는 그런 대연주회와 흡사하다. 만약 십 년이 지나서 또 같은 연주회를 연다면, 아마 각 곡의 첫번째 음정 하나씩만을, 즉 연주회 전체에 걸쳐 백서른여덟 개의 음정들을 마치 하나의 멜로디처럼 연주할 것이다. 그러나이십 년이 지나서는 베토벤의 음악 전체가 매우 길고 날카로운 하나의 음정으로 요약될 것인데 아마 이는 귀가 먹던 첫날에 그가 들었던, 매우 높고 끝없이 길기만 하던 바로 그 음과 흡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