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 영화로 보는 인문학 여행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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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 리텍 콘텐츠, 2021. 


본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합니다. 그동안 내동내산 책을 소개했으나 도서를 지원받은 경우라 앞에 밝힙니다. 


  소설보다 영화가 더 접근성이 좋은 이유는 미디어 특성 때문일 것이다. 긴 묘사보다 눈에 편하고 이해하기 좋은 비주얼, 그러면서도 상황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전개. 배우의 영혼을 담은 연기, 편집과 연출의 조화. 이런 것들이 관객인 나를 행복하게 혹은 슬프게 혹은 분노와 공포에 떨게 한다. 욕을 하면서 보는 영화가 있느가 하면 여러 번에 되돌려 보는 작품도 있다. 저마다 공을 들여 만든 영화일텐데, 그래서 함부로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도 어려운게 사실이다. 


  『스크린의 기억, 시네마 명언 1000』은 일종의 뷔페식당 같은 느낌이다. 한식, 중식, 일식의 카테고리가 있는 것처럼 꿈과 자유를 찾아주는, 사랑이 싹트는, 인문학적 통찰력을 길러주는 ... 등의 분류가 있고, 그 안에 25편의 영화가 8개의 묶음으로 소개된다. 자칫 스포일러가 되지 않게 각 영화는 매우 짧게 소개되며 이중 삶에 울림을 주는 대사들을 원어와 함께 싣고 있다. 혹시라도 외국어공부를 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Poetry belong to those who use it, not those who write it. 


  네루다가 등장하는 영화의 대사이다. 영화 속 대사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는 상영되는 순간 그 영화는 온전히 관객의 것이 된다. 그리고 이 대사를 보는 순간 역시 독자의 몫이 된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음에 드는 카테고리를 한 장씩 넘기며 어떤 영화를 볼지 정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실 나도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가 몇 개 생겼다.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여러 경로가 생기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래 된 영화라도 언제든 온라인 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영화소개 책자를 참고해서 작품을 고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200여 편의 영화를 고르기 위해 저자는 아마 더 많은 영화를 봤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시간이 보이는 도서였다. 단, 아쉬움이 남는다면 저자의 실수인지 편집과정에서의 실수인지는 알 수 없으나 문장과 행간이 섞인 면이 있었다. 우리 집에 책이 도착한 이후 이 도서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니 다음 판에서는 수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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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 내 삶에 돌이키고 싶은 순간마다 필요했던 철학 솔루션
이관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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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이 소중한 이유는 그 유한함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이라고 말한 이 책의 제목은 다소 도전적이다.

 

진짜로 고쳐 쓸 수 있을까?

  

철학서를 탐독한 이들이 집필한 책들을 여러 권 읽다보니 공통점이 보인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괄목할 만한 저작물을 남긴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궁금하긴 하지만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꺼리게 되는데, 저자는 이들의 일부를 짧게 발췌하여 일반 독자에게 안내한다. 발췌를 하더라도 여전히 일반 독서가들에게는 어렵기 때문에 저자의 주변이야기나 사회의 핫 이슈를 연결하여 소개하고 있다. 철학자들의 고견이 때로 인생의 원리를 파악하는 수단이 되기도, 문제의식을 제시하기도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때로 소설을 소개하기도 하고 때로 신문기사를 가져오기도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본다면

대개는 무엇이 옳은지 보다는 인간의 삶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이는 목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살면서 생길만한 의문을 소제목으로 했다. 예를 들면 작심삼일을 반복할 때라든가 만만해 보이고 싶지 않을 때”, “이용당한다고 느낄 때와 같이 누구나 흔히 겪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제시한다그러니 책을 차근차근 읽기보다 목차를 보고 궁금한 부분을 펼쳐보는 재미도 있다. 당연히 철학자들의 솔루션은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한 원인/대안 쯤 될 일이다.      

 

  장점을 든다면

필자의 열공이 느껴진다. 철학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읽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본문에 함께 실었다. 그중 미래예측에 대해 다룬 점이 눈에 띄었다. 최근 핫이슈가 코로나19인데 아마도 이 책을 집필할 즈음에는 빅데이터였던 모양이다. 미래예측을 한 유발 하라리의 책을 소개하면서 빌게이츠와 비교하기도 하고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빌어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히 파악해야 미래도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가 전하는 명제를 좋아하는 탓에 저자의 글이 눈에 더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단원의 글도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회현상과 철학적인 명제들을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장점이 아쉬운 점이 되기도 했다. 다양한 저작물을 요약하고 인용한 것은 좋았는데 그러다 보니 통일성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워낙 방대한 독서를 바탕으로 한 도서이기 때문에 논점이 일반론에서 그친점이 아쉽다. 일반론이라 함은 어디서 들어봄직한 결론에 이르는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전문 독서가보다는 초보 독서가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한번에 읽기보다 필요한 때 한번씩 꺼내보는 책으로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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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의 아들, 염 큰숲동화 12
예영 지음, 오승민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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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 백정의 아들, , 뜨인돌어린이, 2018.

 

신분이 없어진건 갑오개혁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여전히 다른 의미의 신분이 존재한다. 늘 말썽인 것이 최하위 계급이다. 사람이지만 사람이라고 불리지 못한 사람들이 바로 천민이다. 세계인권선언을 무색하게 하는 신분제도는 현대에도 여전히 존재해서 카스트가 그렇다. 심지어 선진국이라고 다들 부러워하는 나라 일본도 공공연히 존재한다는 천민 계급.

 

대체로 피를 만지는 사람들은 천민 중에서도 가장 대접받지 못한 것 같다. 조선시대에 여덟 부류의 천민이 있었음을 밝히는 도서도 있었다.(이상각, 󰡔나는 조선의 백성이라고󰡕, 파란자전거) 그 책에서 천민은 노비·백정·무당과 기생·광대 그리고 승려·상여꾼·공장(장인, 수공업 기술자)도 천민이다. 뭐 이렇게 많은지..

 

변함없이 억울한 쪽은 천민이다. 살인누명을 쓰고,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걸음걸이조차 정해진 대로 걸어야 하는 슬픈 운명이다. 주인공은 여전히 그런 운명을 거스르고, 뜻하지 않는 정의로운 사람의 도움을 받아 새 희망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천민이다. 색다른 면이 있다면 근대문물인 사진기가 등장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낸다는 점이다. 추리기법과 묘사와 진술 그리고 대사를 긴박하게 엮어 그럴듯한 이야기를 꾸려냈다.

 

아동들이 읽어야 할 도서이기 때문에 희망적인 메세지를 남기려 애썼지만 그래서 천민의 슬픔은 오롯이 전달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아동문학의 한계인가, 시대의 한계인가. 그렇지만 역사물이 갖는 기획의도는 다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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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 노벨상 수상자 버나드 라운이 전하는 공감과 존엄의 의료
버나드 라운 지음, 이희원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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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유물론적 지식에 입각하여 환자를 진료하는 일은, 막힌 배관 파이프를 뚫어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정현채 7.

 

이나 윌리엄, 쿠웬호벤(William Kouwenhoven)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그는 심장을 압박하는 인공호흡법을 생각해 낸 사람이다.

 

버나드 라운(Bernard Lown M.D.)이라는 이름은 낯선 이름이지만 심장 제세동기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이는 많을 것이다. 버나드 라운 박사는 심장 제세동기를 만든 의사이자, 핵전쟁반지국제의사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버나드 라운 박사는 개발 도상국의 의사들이 최신 의술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 단체의 의장을 역임했다. 버나드 박사는 1985년 노벨평화상 외에도 명예로운 다수의 상을 받았다. 이상은 버나드 라운 박사를 소개한 책 날개의 내용이다. 도서를 읽어보니 저자의 화려한 수상 내역보다 그가 치유자로서 얼마나 위대한 길을 걸었는지에 대한 감동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현대 의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는 데 비해 의사의 사명감이나 의사에 대한 존경심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의사는 치유보다는 의료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혹은 더 큰 이득을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치료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심리상태와 병증과의 관계를 기술한 부분이었다. 불만으로 가득한 주변환경이나 가족관계가 병을 만들어 오는데 심지어 뮌하우젠 증후군처럼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큰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실제 그러한 증상을 드러내는 환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가 진정한 치유에 이르기 위해서는 병에 관한 증상 너머 한 인간과 그의 생애에 깊게 관심을 가져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 과학적인 진단 외에도 환자와 그를 둘러싼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얼마전 피부염 증상이 있어서 몇달간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의사가 피부염의 원인이 스트레스성이라고 해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거의 6개월을 염증으로 고생하고 약을 먹어도 그때 증상만 괜찮고 약을 끊으면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 마음을 편안히 하라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이 이상 뭘 더 내려놔야 하는가 싶은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아니겠는가 말이다. 피부염 증상은 약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이번엔 소화계통까지 문제가 생겨 고생을 하고 있다. 책대로라면 내과를 간다고 해서 내 증상이 치유될 것 같지는 않다. 근본적인 마음의 상태를 점검해야 진짜 치유의 과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치유를 위해서는 예술과 과학이 동시에 필요하며 신체와 정신을 함께 살펴야 한다. 고통과 두려움에 싸인 한 인간 존재의 운명을 깊이 생각할 수 있어야만 의사는 개인적 특수성 속으로 편입해 들어갈 수 있다” (15)

 

버나드 박사는 치유에 이르는 길도 이지만, 사람의 심리상태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이라고 지적한다. 의사의 한 마디는 환자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기적을 일으키는 단어가 되기도 하다는 것을 몇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준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경청하면 불필요한 검사 없이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쉽다고 말한다. 의사가 긍정으로 가득한 격려를 환자에게 해 줬을 때 수명이 얼마 안남은 환자가 기적처럼 생존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반면에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의사의 말에 급격하게 병색이 안좋아서 사망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왜 그럴까. 그건 의사라는 지위는 생명에 대한 권위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의사뿐이겠는가. 요즘 우리 사회는 청와대 청원이 마치 유행처럼 된 듯하다. 심지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조차 청와대에 민원을 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는 권위 있는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을 위해 원칙을 지키기보다 억울한 사례로 얼룩진 경우가 많이 알려져서였을 것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차별을 거쳐 왔던가. 이제 겨우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 가려고 하는 과도기에 있는 우리 사회. 그래서 병원에 가거나 송사가 있을 때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정보와 힘이 없는 위치에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한 몸부림 아니던가.

 

의학적 지혜란 무엇인가? 그것은 환자가 안고 있는 임상적 문제들을 신체 기관별로가 아니라 환자라는 한 인간 전체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368.)


최근 다녀온 병원에서 의사를 만난 시간은 2분이 되지 않았다. 내가 만날 의사들이 나와 좀 더 시간을 보내주실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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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 카를로 로벨리의 존재론적 물리학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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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 김정훈 역, 보이는 것은 실재가 아니다, 쌤앤파커스, 2018.

 

한주한책 서평단 이헌입니다.

 

에피쿠로스 학파에서 죽음에 대해 논할 때 비난을 받는 건 죽음이 원자의 재배치일 뿐이라는 가설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인간을 정의할 때 비물질적 가치를 따지게 되는데 만약 인간의 종말이 원자의 재배치일 뿐이라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이성이나 감정, 영혼 같은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호기심은 근원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하고 또 하고, 과거의 증거들을 뒤져서 새롭게 해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데모크피토스가 원자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인간을 해석하는데 인용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물리학이라는 것에 좀 더 다가가 보려고 한다.

 

책의 전반부에는 과거 철학자 혹은 과학자들이 우리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의 가장 작은 입자가 뭔지 연구하는 과정이 나온다. 그들의 철학이, 연구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그들의 철학적인 사유는 우리가 우주를 탐구하는 근간이 되고, 지구를 탐색하는 이론이 되었다. 그것이 인간의 삶에 무슨 소용일까. ‘우리가 한계에 이른 지구를 언젠가 떠나야 할 운명을 가지고 있다면 우주의 또 다른 정착지를 찾는 근거이론이 될까?’라는 황당무개한 의문도 품게 만든다.

나처럼 수학에 울렁증을 가진 사람이 이런 책을 읽어도 될까 고민해 보는데, 천천히 차를 마시듯 음미하면 될 법한 책이다. 솔직히 여기 나온 이런저런 공식이나 도표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중요한건 내가 왜 이런 책을 읽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지속되는 현재에 매력을 느낀 거 같다. 시공간에 대한 수학이나 철학적 사유를 자세히 설명하는데 그것은 내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설명할 때, 우리가 지속되는 현재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 뭐 그것은 역사와 연결해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지점이다. 우리는 왜 같은 내러티브에 매혹을 느끼는지에 대한 단서라고나 할까.

 

양자역학적인 면에서 시공간의 개념은 장의 개념으로 발전한다는 부분은 좀 더 자세히 읽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드니 빌뢰브의 영화 컨텍트를 떠올랐다. 거기에 등장하는 우주인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니까 어떤 대화를 하면 과거, 현재, 미래가 다 함께 하는건데 어떤 일의 변화는 어떤 인물이나 사물의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일은 미래 혹은 과거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것도, 과거때문에 현재를 사는 것도 아니라 지금 행복을 찾을 때 결국 상처받는 과거도 유의미해지고 두려운 미래도 개선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떤 원자들끼리의 관계가 만들어 낸 장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과 시간을 엮어내는 불연속적인 기본 실체를 생각한다라는 이야기. 좀 더 시각적으로 설명한다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공간의 모습이나 존재의 인식, 뭐 그런 것들이 내가 이해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해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관계망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그 보이지 않는 세계가 무엇인지 추적하고 있다는 걸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다 보니 무려 이천년이 넘는 추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간이 알아낸 정보는 추정이 더 많은 것 같다. 뉴턴이 고대의 발견을 수학으로 풀어내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원자폭탄을 만드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것, 스티븐 호킹이 지구 너머의 세계에 대한 위대한 원고들을 남겼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말이다. 어쩌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책에서 골라 내 입맛에 맞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내식대로 이해한 바를 설명하자면 세계를 작은 입자로 나누어도 그것들은 상호작용에 의해 변한다는 것. 그런데 그것은 장의 개념에서 이해해야 하다보니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주가 가장 확연하게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대부분은 우주의 이야기로 점철된다.

 

아뭏든 수학을 싫어하지만 이 책은 좀 더 속도를 느리게 해서 읽어야 좋다. 충분히 저자가 제시한 인물들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물리학이 그닥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물리학은 그 원리를 알아내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수학보다는 소설처럼 읽히는 물리학책.. 뭐 이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 책이 양장판이 아니었다면 좀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내용도 무거운데 무게까지 나가니 편하게 읽어지지 않는다. 학술서로서의 무게감을 표현하고 싶어서였을까?

 

감히 위대한 학자들의 연구를 소설처럼 읽으려고 했던 나의 처음 태도를 반성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책을 읽는 의식을 치러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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