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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루만 (반양장)
마르고트 베르크하우스 지음, 이철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맑스가 변증법적 유물론을 통해 인간의 역사발전 단계를 과학적으로 이론화한 바로 그 순간, 아이러니 하게도 변증법은 새로운 변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인간은... 그렇게 늘 정해진 것을 벗어나기 위해 상상하는 존재이므로...
과거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할 당시와 비견될 정도의 무게중심이 포스트모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인류의 인식 안팎을 보편적으로 넘나드는 맑스의 변증법으로는 더이상 포스트모던 사회를 진단할 수 없다. 현재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한 인류의 역사와 맑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이 결합되어 만들어낸 새로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국에서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체계이론에 대해 가장 정통하다고 알려진 동양대 이철 교수님과의 페이스북 대화... ^^
얼마전에 사회연대경제 포럼 관련해서 프랑스와 덴마크를 다녀왔습니다. 포럼에 참석한 프랑스의 사회당(?) 의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혹시 니클라스 루만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르더군요. ㅠ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오마이뉴스에 올라온 "하머마스는 지고 루만이 뜬다"라는 기사를 보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으니 그 영향력이 독일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되지 않았을까? 라는 기대를 가지고 물어보았는데...
제 일천한 지식으로 판단하건데, 러시아혁명 이후 맑스의 공산주의에 대한 상상은 실천과 학문이라는 두 가지 길로 나뉘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레닌은 러시아는 혁명을 통해 맑스의 상상을 현실에 적용하는 실험을 한 반면, 호크하이머를 위시한 프랑크프르트 학파는 학문을 통해 맑스라는 위대한 통찰자의 그늘 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사회연대경제에 같이 참석한 금천의 차성수 구청장님과 루만에 대해 잠깐 이유기를 나누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미 현실의 모든 분야에서 루만의 통찰이 펼쳐지고 있는데, 굳이 그 어려운 학문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만약... 루만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인류의 지적 능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해야만 한다면... 현실 세계에서 그 이론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엥겔스는 심오한 맑스의 사상을 도식화하여 대중화하는데, 나름 기여를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중화라는 긍정성 이면에 교조주의라는 역설을 만들어 내는데도 기여를 했지만...
전 현재 루만을 그저 알게 되었다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기회가 되면... 기회는 저의 절박함이 만들어 내는 것이겠지만... 더 깊숙이 루만에 빠져보고 싶은 생각 또한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혹시 그러한 저의 행동이, 루만이 말했던 것처럼... 루만이라는 전문적 체계 안에 갇혀 사회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루만의 이론은 대중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때,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겠죠. 인류가 루만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지적 능력이 보편적으로 성장하든가, 아니면 루만을 이해하고 있는 누군가가 대중들이 이미 이해하고 있는 언어로 그 심오한 이론을 '도식화' 시켜 주든가... 제가 지향하는 것은 후자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루만의 이론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 능력가 여유가 되지 않음을 한탄할 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예수를 중세를 대표하는 인물, 맑스를 근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들의 불규칙한 결합이 가지고 있는 복잡성의 사회인 포스트모던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은 니클라스 루만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
맑스가 변증법적 유물론을 통해 인간의 역사발전 단계를 과학적으로 이론화한 바로 그 순간부터, 아이러니 하게도 변증법은 새로운 변이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그렇게 늘 정해진 것을 벗어나기 위해 상상하는 존재이므로... 하여 제가 이전 댓글에서 말씀드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변증법"에 대한 고민이 근대와 탈근대, 맑스와 루만 사이를 연결(연속성으로서의 연결이 아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루만의 언어를 사용해야만 루만을 이해할 수 있다면, 루만의 사회체계이론은 사회를 떠난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루만이 그것을 진정 바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소위 이 시대를 진보시키고 싶다는 주관적 열정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맑스의 언어로 루만을 설명해 내지 못한다면... 루만의 이론은 실천적 의미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이상은... 루만의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는 한 후학의 치기 어린 괴변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