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홍창욱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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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 홍창욱 / 북하우스

 

 

물에 젖은 솜같은 무거운 삶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는 곳.

아둥바둥 치열하게 살아내는 하루에서 잠시 떠날 수 있는 곳.

제게 제주는 그런 곳입니다.

대학 때 처음 언니를 따라 찾았던 제주의 2월은 바람도 비도 생각보다 많아서 몸은 몹시도 차가웠지만,

느리게, 조용하게,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그 곳이 참 좋았더랬죠.

그 후로도 거의 매 해, 쉼이 필요하다 느낄 때면 망설임없이 제주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차마 저자처럼 '제주에서 살기'를 결심하지는 못했어요.

용기가 없음이 첫번째이고,

제주가 나의 로망에서 삶의 터전이 되는 순간 이 역시 현실이 되겠구나, 라는 변명이 두번째였죠.

 

그렇기에 책을 읽는 내내,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어쩌면 이방인에 가까운 저자가 새로운 공간에서 아이를 낳고 안정된 가정을 꾸려서 너무도 잘 지내는 저자의 모습이. 많이. 부러웠어요.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곳이 제주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얄밉기도 했어요.

내 아이들을 키우는 곳은 제주가 아니어서 불행인건가, 라는 질투와 함께..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뽀뇨 때문에 울고 웃는 딸바보 아빠, 가족애가 충만한 남편, 자연을 벗 삼아 살고픈 한 사람에 불과한 뽀뇨 아빠를

많이 응원해 주기로.

 

 

저자의 가치관이 오롯이 잘 드러나는 페이지예요.

부모라면 누구나 꿈꿀 거예요.

내 아이가 바다, 하늘, 구름, 바람을 기억하고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게 기억하며.

그렇게 사람 냄새 나는 사람으로 자라길..

 

 

이 책을 통해 제주에 대한 어떤 정보를 얻길 원한다면 읽지 마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 이건 육아일기예요. 뽀뇨 아빠의 제주에서의 육아 일기.

그 속에 녹아있는 부모로서의 마음, 삶의 여유를 갈망하던 한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는 건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래도 '제주'라는 특정 지역을 타이틀로 내걸었으니 뭔가 정보 좀 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볼멘소리가 흘러 나오기 전에

중간 중간, 그리고 마지막 PART에서는 '제주도민'으로서, 아이를 데리고 직접 제주에서 살아 본 사람으로서,

고급 정보를 쏟아냅니다.

 

- 아이와 함께 오를 만한 한라산 등반 코스 / 올레길 추천 코스 / 산책로

- 아이와 함께 걸을 때 준비물

- 비상시 알아두면 좋은 제주 콜택시 번호

- 여행 기간별 / 계절별 체험 코스

 

특히 올레길 체험 코스는 유모차를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 코스를 알려줘요.

이거 정말 깨알 정보지 않아요?

 

 

 

우리 누구도 인생이란 미로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길에 던져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 길을 갈 뿐이다. 누군가는 5분 만에 길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5퍼센트가 되어 1시간 만에 길을 찾을 것이다. 공평한 것은 인생길을 헤매더라도 누구나 끝내는 종을 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김녕미로공원에서

 

 

 

저자의 문장 하나 하나를 공감하며 읽었지만, 지금도 가슴을 울리는 구절이 있어서 소개할게요.

제주도 가보신 분들, 김녕미로공원 거의 가 보셨죠?

김녕미로공원에서 미로 길을 찾으며 저자는 인생의 섭리를 터특했네요.

제가 다시 찾을 김녕미로공원에서,

이제는 단순히 빨리 종을 치려는 즐거움만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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