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까망씨! / 데이비드 위즈너 / 비룡소

이봐요, 까망 씨!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196
데이비드 위즈너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3월

비룡소의 그림책은 뭐랄까, 유치하지 않은 그림들 속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어른들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에요.

'꿈 같은 상상력이 넘치는' 글 없는 그림책 작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봐요, 까망씨!>를 읽어 보았습니다.

2014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에 빛나는 책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상받은 책들은 뭔가 어렵던데.. 종달양에게도 조금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글 없는 그림책이라니까.

어차피 한글을 아직 못 읽는 종달양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어줄거라 믿었어요.

그런데.. 제 믿음은 깨졌습니다ㅠㅠ

일단 앞을 주시하고 있는 까망씨의 까만 털색도 종달양 스타일이 아니었고, 노란 눈이 무섭대요.

그래서 재빨리 표지를 넘겨 버렸습니다.

새 장난감을 줘도 시큰둥한 까망씨로 첫 장면은 시작합니다.

- 엄마 : 왜 장난감을 줘도 그냥 가 버릴까?

- 종달양 : 먹는 생선이 아니고 장난감이라 그런가봐.

곧이어 등장한 우주선과 외계인.

아, 이를 어쩌나요.

외계인 조차도 종달양 스타일이 아니라네요.

흠흠.. 애벌레 같다나요..;;

그래도 윗쪽 우주선 안에서 조그맣게 보이는 외계인들이 아랫쪽 그림에서 밖을 살피고 있었다는 것을 찾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런데 이걸 지켜보는 눈이 있었으니..!

종달양 : 엄마! 까망씨가 쳐다보고 있어~ (까망씨 눈을 찾고 흥분함-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책을 보는 중입니다;;)

외계인들의 말풍선이 알 수 없는 기호들로 가득 차 있죠?

이 대화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다 보면 깨알 재미가 있는 책이에요.

우주선의 장비를 고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외계인들은 고양이를 피해 숨어 들어간 곳에서 개미와 무당벌레를 만나요.

거기에서 악수도 나누고, 단체 사진도 찍고, 과자도 나누어 먹으며 이들은 친구가 되죠.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만화 형식으로 한 장에 여러 컷의 그림들이 들어 있어서 한 컷, 한 컷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오랜 시간을 들여 읽었어요.

종달양은 계속 저한테 읽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잠시 곤란했지만 (글이 없는 게 책 읽어주기에는 참 어려움이 크네요)

엄마의 잔머리?!로, 한 컷 씩 돌아가며 이야기 이어가기로 읽어봤어요.

그런데 이게 더 재미나는 책 읽기 시간으로 만들어 준 것 같아요.

다시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외계인들을 잡으려는 까망씨의 절규에 가까운 울부짖음! 야아-옹!

 외계인이 떠나간 자리에 다시 홀로 남겨진 까망씨는 다른 장난감도 거부하고 다시 망부석이 되어

외계인들이 있던 그곳만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까망씨도 마음에 안 들고, 외계인도 마음에 안 들지만..

엄마와 함께 읽기에 즐거웠던 책이었어요.

처음 읽었을 때의 시큰둥함, 두 번째 읽었을 때의 호기심, 세 번째 읽었을 때의 즐거움에 더하여

나중에 종달양이 더 크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 책,

<이 봐요, 까망씨!>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