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야기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 북하우스
"소설은 자네를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동화는 자네의 이름을 불멸하게 할걸세."
안데르센의 후원자 오르스테드의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었다.
그러나 안데르센은 어린이에게 둘러싸인 자신의 동상만큼은 거부했다.
특별히 어린이라는 독자를 따로 상정하지 않은 안데르센의 동화는 금기시되고 심리적인 테마들을 통해
삶의 거죽과 그 이면을 향한 다양한 시선을 경험하게 하고 바로 그에서 얻어지는 희망과 구원을 만나게 한다.
- 안데르센 단편선 소개 글 중에서 / 도서출판 숲
드라마를 통해 유명해졌다고 하는 <어머니 이야기>
또 하나의 드라마셀러가 탄생했네요.
요즘은 드라마에서의 책 PPL도 인기인지라 과열된 PPL 경쟁만 아니라면 저도 OK!
더 어렸을 때는 막연히 슬프다, 라는 하나의 단어로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던 책, <어머니 이야기>를
이제 진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저 스스로도 궁금해하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표지의 그림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네요.
애써 눈을 감고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려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가시덤불 사이 사이의 붉은 빛이 대조적입니다.
그림책이기에, 그린 이의 감정을 따라가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며 보지만..
..어쩔 수 없네요..
창백하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가엾은 아이.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가장 소중한, 내 아이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요?
아픈 아이를 돌보며 밤을 새우고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하고 아픈 아이만 어루만지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런 어머니에게 '죽음'이 찾아옵니다.
죽음의 팔에 안긴 아이의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아이를 찾으러 뛰쳐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죽음'이 간 길을 알기 위해.. 아이를 찾기 위해..
'밤'에게 자장가를 불러 줍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시나무 덤불'을 품에 꼭 껴안고 따뜻하게 해줍니다.
표지에서 보았던 한없이 붉디 붉은 그것은 바로 어머니의 굵은 핏방울이었습니다.
진주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맑은 눈을 줍니다.
할멈에게 아름다운 검은 머리를 내어줍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간 '죽음'의 커다란 온실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어머니는 무수히 많은 꽃과 풀들 사이에서 자기 아이의 심장 소리를 단박에 알아 차립니다.
무수히 많은 목소리 중에서 내 아이의 목소리만 유독 크게 들리듯이,
무수히 많은 아이들 중에서 내 아이의 모습만 유독 크게 보이듯이.
"저는 엄마니까요."
이 한 문장에 심장을 도려내듯 아파옵니다.
워킹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죽을만큼 힘들고 지칠 때 늘 마음 속에 되뇌였던 말입니다.
'나는 엄마니까..'
엄마, 엄마..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아련함의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죽음'이 건져온 어머니의 두 눈으로 우물 속을 봅니다.
두 생명의 삶.
세상의 축복을 받는 삶, 혹은, 슬픔과 궁핍으로 가득찬 삶.
어느 것이 내 아이의 삶이 될 지 알 수 없을 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나의 모든 것을 다 잃고 그렇게 찾으려 했던 아이를 결국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아이를 잃은 슬픔은 세상 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아이를 데리고 갈 하나님의 '미지의 땅'에 대한 믿음으로 그렇게 아이를 놓아 버립니다.
영어로 된 원문도 함께 들어 있어 옮긴이의 생각을 배제한 작가의 생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점도 좋네요.
이 책은 분명 그림책이지만,
어른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아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위한 그림책입니다.
내 가슴 속에 뜨겁게 끓고 있는 모성애를 어루만져 주며,
그래도 참 잘해왔구나, 라고 다독여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