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폴 / 센우 / 비룡소
저는 전집보다는 단행본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요.
전집의 어마무시한 양에도 그렇고, 편중된 영역도 그렇고.. 단행본만의 매력은 느껴본 사람만 알겠죠?
물론 전집이 필요한 영역도 분명 있지만요.
단행본을 고를 때는 출판사와 작가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오늘 만나 볼 <안녕, 폴>은 누구나 아실 듯한 비룡소에서 출간한 책이예요.
종달양 대박책 <기차 ㄱㄴㄷ>과 <어처구니 이야기>도 비룡소 책이거든요.
센우 작가는 낯설다 했더니 <안녕, 폴>이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하네요.
책을 읽고 나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주목해 보고 싶은 작가입니다^^
표지는 제목 만큼이나 짧고 간결합니다.
제목을 읽어주자 종달양이 바로 표지 속 펭귄에게 인사했으니까요.
"안녕, 폴!"
종달양과 엄마가 좋아하는 속표지 살펴보기!
작가만의 센스가 돋보이는 곳이죠.
윗 쪽은 앞 표지, 아랫 쪽은 뒤 표지예요.
처음에는 눈이 오다 마지막엔 눈이 그친 평화로운 배경이네요.
역시나 센스쟁이 종달양도 정확히 포인트를 짚어 줍니다.
"엄마, 눈이 이제 안 오고 햇님이 나오려나 봐요."
아기자기하면서도 엉뚱한 남극기지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자연관찰책에서 북극에 대해 알아본 종달양은 남극도 쉽게 이해하네요.
남극기지에 대한 설명만 조금 덧붙이고 넘어갔어요.
하지만 종달양은 이 책의 깨알재미에 벌써 취한 듯 합니다.
사람들 행동과 표정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재잘재잘 이야기 하기에 바쁘네요^^
종달양~ 갈 길이 멉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남극 기지의 유일한 요리사, 이언이 등장해요.
창 밖에는 앞 장에서 봤던 남극 기지의 풍경이 비춰지구요.
디테일이 살아 있죠??
이 책은 캐릭터는 그림으로 그 외 배경들은 사진들로 구성이 되어 그림책의 "그림"에 충실한 책이라 더욱 마음에 듭니다.
구성이 독특하고 상황에 절묘한 배경, 인물의 표정이 살아있어요.
종달양은 얼마 전에 책에서 본 "주근깨"에 대해서만 신나서 이야기 하네요.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아기 펭귄 폴이예요.
폴은 늘 쓰레기 통을 뒤져 쓰레기 봉지를 끌고 어디론가 사라지죠.
이렇게 이언과 폴의 첫 만남은 시작됩니다.
이언은 아기 펭귄에게 '폴' 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고, 따뜻한 머플러도 둘러 주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었어요.
'빨강'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와 빨강을 연관짓는 고정관념 탓도 있겠지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져요.
폴의 목도리도 듬성듬성 짜여진 털실과 톤다운된 빨강이 그렇게, 이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네요.
이 책이 이탈리아에서는 <Red Muffler>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는데, 머플러는 그렇게 많은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 것 같네요.
눈 폭풍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어느 날, 폴은 이언이 준 음식을 먹지도 않고 쓰레기 봉지만 쥔 채 사라져 버리고
그런 폴이 걱정 된 이언과 친구들은 몰래 폴을 따라가기로 했어요.
모두들 보드로 얼굴고 몸을 가리고 살금살금 따라가는데,
"엄마, 이언 모자 보여!" 종달양이 외칩니다.
그러니까요. 이언! 요리사 모자는 잠시 벗어둬도 괜찮아~^^
그렇게 얼음 동산 끝, 진짜 남극에 도착한 이언과 친구들은 부화되지 못하고 깨진 채로 얼어붙은 수많은 알들을 발견하게 되요.
그리고 이유를 알게 됩니다.
바로 "지구 온난화" 때문이죠.
얼마 전 <바바가족, 지구를 떠나다> 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종달양.
그 때 매연, 폐수, 쓰레기, 수렵, 지구 온난화 등이 동물들의 살 곳을 뺏어간다는 내용을 인상깊게 들었던 종달양은 앞서 말했던 자연관찰책 <북극곰>도 관련지어 이 부분을 아주 잘 이해하네요.
그리고 한숨도 쉽니다. 나쁜 사람들 때문에 동물들이 죽는다고..
제 딸이지만 참, 바람직한 생각을 가졌네요♥
그리고 조금 더 걷다가 쓰레기로 만든 이글루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곳에서 폴은 깨지지 않은 알들을 모아 따뜻하게 지켜 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참 마음 아픈 사진이네요..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종달양에게 인간의 나쁜 행동만 보여줄 수는 없지요.
바로 이렇게, 동물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알려줘야겠지요. 현실이 그러하듯..
이언과 친구들은 알들이 얼어버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알을 기지로 옮깁니다.
종달양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게 한 줄 기차를 만들어서요..^^
이 그림 보니 떠오르는 장면 없으세요?
저는 겨울에 불우이웃돕기로 연탄 배달 도와주는 사람들이 생각났어요.
비록 일회성 행사들로 많이 이루어지지만, 일회성이 모여서 이회성, 삼회성이 되지 않겠어요?
생각난 김에 종달양에게 핸드폰으로 연탄 전달 사진도 검색해서 보여주고, 힘든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의 따뜻한 행동도 이야기 해 주었어요.
종달양 돌 기념으로 시작된 한 달에 만원, 기부 프로그램의 돈을 지금은 종달양이 저금통에 모아 함께 참여하고 있기에,
이런 사람들의 마음도 금새 알아봐 줍니다.
참, 이야깃거리가 많은 책이네요~
그렇게 "펭귄 알 부화작전"은 시작되었습니다.
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아요~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 알 속에서는 하루 하루 기적이 일어나고 있지요.
작년에 달달군이 태어난 종달양은, 엄마가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보여줬던 태아 초음파 사진이 떠올랐나 봐요.
"달달이 같아!" 라고 아는 척을 해주네요.
저는 이 그림을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고 싶어요.
폴과 사람들, 알이 하나가 되어 잠이 든 모습..
이렇게 우리도 더불어 살아가면 좋겠네요.
자연을, 동물들을, 헤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사는 삶..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찹니다.
어느 날,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이렇게 아기 펭귄들로 가득 차 있어요.
와글 와글 와글 와글
하하. 우리 종달양도 책장을 넘기자 마자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폴과 이언을 찾습니다.
마치 저 초등학생 때 즐겨 봤던 <윌리를 찾아라> 같네요.
이언은 가운데에서 쉽게 찾아냈는데 폴은 없네요. 혹 머플러를 풀어버린 걸까요?^^
이 책의 마지막 장입니다.
이제 정말 모두가 행복한 남극이 되었네요.
해피엔딩,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신선한 구성,
인간의 환경 오염에 대해 반성하고, 동물과 인간의 따뜻한 유대 관계를 일깨워주는 소재.
이 책은 두고 두고 종달양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입니다.
그냥 웃다가 책장을 덮어버리는 일회용 책이 아닌 종달양 삶 속에서 깊이 간직하게 해주고픈, 그런 그림책입니다.
요즘 종달양 5살이 되었다고 수학동화, 과학동화 같은 지식 전집들만 많이 읽어주었는데 단행본의 맛이 이런 것이지요.
<안녕, 폴> 덕분에 종달양과 엄마는 오늘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