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학 첫 수업을 들었다.

FINITE MATHEMATICS AND APPLIED CALCULUS

도저히 제목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그 수학책..

내가 정말 약한 수학과 영어가 함께 하였으니..;; 참으로 암담하였다.

게다가 내가 더더욱 못하는 수 원과 금시초문인 수 투의 분야라니...

교수가 오늘은 첫날이라고 딸랑~ 한 문제 풀었는데...

시그마 성질도 생각이 안 나고, 기대값이니 분산이니...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이를 어째야 할까...

고민고민을 하다 룸메에게 물어보니, 룸메 왈~

"음.. 그 거~.나도 원서로 미적분학 배우는데~. 전출하고, 노트 필기 죽어라고 하고 연습 문제 풀고, 매일 영단어 찾고 문제 풀고 복습하면 나처럼 에이 맞을 수 있어. 매일매일 안 밀리고 하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지 머...;;"

흠...;;이 거 말고도 경영수학도 있다는데, 참말로 걱정이다.

암울해져서...암담해져서... 잊으려고 '풀하우스'를 보려고 했으니 실패..;;

계속되는 버퍼링으로 도저히 티비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를 일으키고자 먹고 살 궁리를 시작하였다.

행정고시, CPA, ERP...준비에 대한 사항들을 읽어 보았다.

사람들이 그토록 열심히 매달리는 그 시험들은 모두 수능처럼 객관식이었다.

12년+4년이 모자라서.. 또다시 획일화되는구나... 싶었다.

나도 곧 있으면 그 것에 매달려 있을 생각을 하니....좀 그랬다.

2학년 되기 전까지 텝스 700만 맞아야지~!(그 게 고시 영어 1차 패스 기준이란다..)

나는..듣기 반타작만 극복하면 금방하겠네, 머~ .백점쯤이야...ㅎㅎ(이렇게 자신감이라도 불어 넣어본다;;)

아~힘내야지!!

내일 회계 듣고 내 마음은 어떤 상태일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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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번째 날 밤이었다.

"9시까지 분당 서현역으로 와서 전화해라"

흠...그 말만 달랑 하고 끊으시는, 할아버지...

그렇게 아침 일찍 무슨 일일까하고 궁금해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8시 조금 넘긴 시간에 기숙사에서 출발하여

9시 조금 넘긴 때에 분당에 도착하였다.

할아버지는 손수 차를 운전하고 나오셨고, 그 옆에는 할머니가 타고 계셨다.


할아버지는 손녀 개학 하기 전에 한 번 놀러가자고 하셨다.

붕붕~ 자동차 타고 '고향의 길'을 지나, 제부도 앞바다까지 갔다.

아침을 안 먹은 나는 그 곳 횟집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었다.

한 번 왔다 갔다며, 주인 아줌마에게 겁나게 친한 척을 하신 할머니 덕택에 5000원에

2인분씩이나 먹게 되었다. 정말 대접도 크고, 조개도 많고 푸짐했다.

원래 두 분 다 워낙 소식을 하시는지라,

나 혼자 그 2인분 다 먹느라 너무 힘들었다; 맛은 있었지만^^

먹는 도중... 창가를 바라보다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봐라~.바다 얼마나 넓냐~?끝도 없는 거 같지?그런데 그 게 아니다. 이 지도를 봐라. 이 지도를 보면 그 넓은 바다가 숫자(축척)과 그림으로 표시해 놓아서 얼마나 작니~?? 인생이란 그런 거란다. 가까이에서 보면 큰~~ 일이지만 멀리서 보면 작은 일이란다."

정말 그런 것 같다...가슴 뭉클한 말이었다.


배불리 먹은 후,물이 빠진 바다를 갯벌 사이로 난 도로 같은 길을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걸었다. 할머니는 곳곳의 굴을 따 먹느라고 정신 없으셨고; 할아버지는 갯벌을 부지런히 기어다니는 게를 보며, 생명의 신비에 탄성을 지르셨고, 서산 간척지를 만들었던 무지몽매한 박정희와 정주영을 맹렬히 비난하셨다.

초등학교 때 이후로 살아있는 갯벌을 처음 보고 신기해하는 나를 보며 할아버지는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돌에 붙어있는 굴, 소라들 다 빈껍데기로 죽어있는 것 같지? 봐라. 안 그래. 내려치니까 이렇게 물이 튀고, 살아있는 속살이 보이잖니~? 지금 물이 다 빠졌는데도 이렇게 살아 있는 건 다음에 물이 들어올 때까지 각자 생물들이 자기 살만큼 물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살다가 힘든 일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자생력이 있다면, 자기 살만큼 물을 갖고 있다면 다 이겨낼 수 있는 거란다."

또 한 번 감동적인 말씀이었다.


바다 구경을 다 끝내고 돌아와 산낙지를 먹고, 드라이브 좀 하다가 마침 철이 된 대하를 소금에 구워서 먹고, 시골 장터에서 반찬거리와 포도 한 꾸러미를 사 갖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나는 할아버지와 지하철역에서 헤어져 할아버지는 분당 집으로, 나는 기숙사를 향했다.

우리 할아버지~

누구든지 나이 먹는다고 저렇게 멋있진 않으리라~

어릴 때 밤마다 산책 데리고 나가서 들어올 때는 팥빙수나 아이스크림 사 주시고,

어릴 때는 무등 태우고 등산을, 지금은 대학간 손녀 딸 바다 구경을 시켜주시는 우리 할아버지~.

따뜻하고 운치 있으시고, 게다가 철학자같은 멋진 말씀까지~!


나는 우리 할아버지같은 멋진 할아버지가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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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후사 2004-08-31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하루였네.
글을 조용히 읽어보니 너의 할아버지 모습이 어렴풋 떠오르네.
무척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