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와이다 준이치 사진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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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누군가의 서재를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보는 건 늘 나의 흥미를 돋우고 동시에 나를 자극하는 일이다.

내 이름의 가운데를 차지하는 알지(知) 덕분인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 내게 ‘지(知)의 서재’로 표현되는 그의 서재가 더욱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약 20만권을 보유하며 고양이 빌딩이라 불리는 그의 서재는 도서관으로 불리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방대한 책의 양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루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적절한 색인과 설명만 간단하게 작성된다면 바로 도서관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운 좋게 제주도에 머물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책의 두께와 느낌적인 느낌으로 상당히 난해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냥 스쳐 지나갈 만한 가벼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으면서도 역사, 정치, 과학, 종교, 철학, 인류학, 예술 등 여러 분야를 총망라하는 지식을 집약적이고 압축적으로 쉽게 풀어내어 교양을 쌓기 좋은 책으로 여행지에서 읽기에도 훌륭한 책이었다.


나는 그의 책을 한마디로 얇은 <백과사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생활 속에서 호기심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습득해온 그만의 ‘공부 방법’이 뿌리가 되어 그의 서재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었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쌓아온 지식과 경험의 흔적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책이다. 수집을 위한 수집이 아닌 배움의 욕구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그의 서재를 보여주는 이 책은 간편하게 읽기 좋은 ‘백과사전’이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박으로 표현되는 대한민국이란 치열한 사회에서 ‘책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 즉, ‘나는 지금 시간 낭비 하지 않고 있다’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배움의 열망’에 적절하게 부응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여러 분야의 책들을 주제별로 소개하며 쉽게 내용을 전달하고 중간 중간 그 분야와 관련해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본인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깊이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배움의 열망’을 수준에 맞게 활용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다


나는 책을 색 별로 정리해왔다. 깔끔하고 눈에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다카시는 책을 주제별로 정리하더라. 나는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책을 많이 읽고 또 적지 않게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책을 주제별로 정리한다면 고작해야 5~6개 분야가 되지 않을까? 다카시가 더욱 존경스러운 것은 이 점이다. 책의 양을 떠나서 책을 주제별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분야에 더 깊게 들어가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독서의 편식이 심한 나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 되었다.


일부 세계사를 및 프랑스 철학자 멘드비랑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내 지식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다카시는 이러한 생각을 독자가 하고 있음을 미리 예상했는지 독자를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 방법 또한 제시해주고 있었다. 책을 통해 무엇인가를 일방적으로 전달받지 않고 ‘소통하며 책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점이 이 덕택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현지인과 친해지는 요령 등에서 잠시 외설적인 단어를 비치는 등의 것들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며 생활 속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꿀 팁‘으로 이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는 주제와 어울려 산을 오르는 데 필요한 마치 쉼터 같은 곳으로 책을 읽는 내내 ’등산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산초메 서재에서 예술, 문학 부분은 늘 관심이 있던 터라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졌고, 중국의 유명한 화가 차오용의 작품 <프리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아비뇽의 피에타> 등의 모르던 작품은 검색을 통해 그림을 눈에 익게 하고 더 깊이감을 가질 수 있도록 분발해야겠다는 자각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다카시는 본인이 인터넷 사전을 보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의 서재가 백과사전이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간편하고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찾고 습득하려고 한 내게 드는 생각이 있었다. '편리함에 익숙해지지 말자'







끝내며


많은 것들을 노트에 적어가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읽게 되면 더 많은 것들을 적어내는 여유가 생기겠지. 


어떤 책에도 그것을 산 이유는 있다고 다카시는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그 이유가 책을 읽고 난 후 책의 부실한 내용 등으로 인해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넘쳐나는 공급으로 인해 좋지 않은 책들이 그 이유를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산 이유는 단지, 많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어느 작가가,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도서를 보유하고, 또 그것들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가벼운 호기심 때문에 산 것이었다. 책을 읽고 난 후 그 호기심을 넘어서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은 나를 자극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었다. 지식적인 면에서나 책을 아끼는 마음에서나 다방면에서 말이다. 그도 말했다. 가치 있는 책을 읽은 시간도 부족하고, 책을 샀다고 해서 아깝다고 그냥 읽기에는 안 좋은 책 또한 많다고. 이 책은 나에게 늘 곁에 두고 읽을 간편한 ‘백과사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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