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염상섭 지음 / 지만지한국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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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는 작가의 원대한 계획 아래 씌어진 염상섭 작가의 대표작이자 한국 근대문학에서 가장 돋보이는 소설이다. 3부작을 계획하고 씌어진 이 소설은 <무화과>와 <백구>라는 작품과 연결되어 있는데, 세 소설은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의 세대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단지 식민지 시대의 삶의 세목들을 평면적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인식에까지 나아간 것으로 그런 점에서 <삼대>는 한국 근대 문학의 기념비적인 업적 가운데 하나다.





최근 지만지에서 출간한 완전한 의미의 <삼대>를 접하게 되었다. 전승주 교수는 초판본인 신문 연재본을 기본으로 한 책 3종과 개작된 단행본을 기본으로 한 책 3종을 비교해 총 5000여 곳의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며 이전의 책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오류들은 모두 바로잡은 완전 복원 원고가 전승주 교수의 정본이다. 그동안 이 작품을 읽어 온 독자들은 완전하지 않은 텍스트를 정본으로 알고 있었다. 100년 전의 경성과 그곳에 살았던 덕기와 병화와 경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김희경 박사의 방대한 곁 텍스트와 김종욱 교수의 해설을 더하고, 연재 시 게재되었던 당대 최고의 화가 안석주 화백의 삽화를 함께 수록한 가장 완전한 의미의 삼대가 탄생했다.




염상섭이 <삼대>를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1931년. 그의 나이 서른다섯 살 때이다. 염상섭은 이 소설을 통해 1930년을 전후로 한 서울의 한 중산층 집안의 몰락 과정을 중심으로 당대 식민지 사회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대 사회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이 소설은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만 살펴보더라도, 주인공인 조덕기 일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김병화로 대표되는 이념적인 인물들, 그리고 매당집과 수원집으로 대표되는 부정적인 인물들까지 당대 인물의 전형들이 두루 포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씨줄을 이루고 있다면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의 삼대에 걸친 가부장제적인 가족사가 날줄을 이루면서 한 폭의 이야기를 짜나 가고 있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돈이 최고라는 가치관은 100전에도,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변하지 않은 씁쓸한 자본주의 사회의 본질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바로 조의관의 돈이라는 점에 더욱 그러했다. 조덕기는 할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는 있지만 그렇게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할아버지의 돈이었다. 조덕기는 조의관이 죽은 뒤 물려받은 열쇠 꾸러미로 가문과 재산 분배를 둘러싼 음모에 휩싸인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독살의 협의로 검거된다. 협의를 벗고 풀려나온 덕기는 여러 문제를 원만히 처리하고 필순이 가족들을 돌볼 생각을 한다.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 대해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덕기와 조상훈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인물들인 수원집이나 최참봉, 지주사와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돈'에 대한 욕망과 생각이 이 작품 전체를 이끌고 있다.




염상섭은 <삼대>는 물론이거니와 그의 문학 전체에 걸쳐 염상섭은 이 같은 돈의 사상을 문제 삼았다. 돈이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본질을 꿰뚤어보고 이를 진지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염상섭 문학은 근대적이다. 어쩌면 염상섭의 소설을 시작된 후배 작가의 소설들 예를 들어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선작 작가의 <영자의 전성시대>, 윤흥길 작가의 <아홉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등은 낭만이 사라진 자본주의 사회의 심장부로 부각된 서울의 이면들이 회색빛으로 묘사된 소설들이다.

연재 기간 약 9개월, 연재 회차 215회의 이 소설을 지만지출판사에서는 1366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만들었다. 다소 비싼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정된 오류들과 많은 한자어, 사투리, 지금은 쓰지 않는 단어들과 설명이 필요한 인명, 지명, 사물 등의 전문가가 감수한 상세한 주석, 풍부한 이미지 자료는 1930년대의 생생한 경성 공간을 묘사한 가장 완벽한 책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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