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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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보랏빛 표지가 탐독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조선일보> 문화부 책 팀장인 저자가 이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수록한 책이다. 소설가를 비롯해 무용가, 영화감독, 사회학자, 요리 연구가, 그리고 국외 철학자이자 소설가까지. 인터뷰한 대상이 참 다양했다. 이들에 대한 소개를 비롯해 이들이 꼽는 책에 관한 이야기까지. 내용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 국내 현대 소설에 관심이 많은 나로선 읽기 전부터 소설가들 개인의 이야기에 무척 관심이 갔다. 소설로만 그들을 상상해왔기에 그들의 실제를 알게 되는게 두렵기도 했다. 그들의 개인 이야기는 배제하고 작품과, 내가 그려놓은 작가의 모습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전해주는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선택해 소개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컸기에 이 책을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기자출신 저자의 깔끔한 문체는 이 책을 한번 읽으면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문학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느껴지는 저자의 문장들은 마치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크게 공감할만한 것이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2015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언급하며 전체 국민 중 책 읽는 사람은 줄고, 책 읽는 사람들의 독서량은 늘고 있다고 했다. 예상 가능한 결과였지만 새삼 많은 공감을 했다. <탐독>을 읽다보니 이 책에 소개된 작가의 책들을 비롯해 이들이 소개한 책들도 찾아 읽고, 다시 읽고 싶어졌다. 책을 읽을 수록 내가 읽은 책은 정말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읽어야 할 책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은 나날이 늘어만 가는 것을 느낀다. 그뿐인가 읽었던 책도 거듭 읽어보고 싶은 욕구까지.

  나에겐 나를 바꾼 책이 있는가 생각해보니 이 책이오 하고 내밀 책이 지금은 없는 듯하다. 언젠가 있었던 적도 분명 있었는데, 시간과 함께 내용도, 이유도 희미해져버린 듯 하다. <탐독>에 소개된 많은 책들을 읽어가면서, 그 책들에서 소개된 또 다른 많은 책들을 읽어가면서 나도 나를 바꾸었다 말할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봐야겠다. 물론, 그 때까지 나는 바뀌고 또 바뀌어질 것이다. 책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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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먼저 알아야 할 에니어그램
김진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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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니어그램에 관해 들어온 지는 꽤 오래전부터다. 대학 시절, 주변에서 MBTI와 함께 에니어그램이 종종 화제에 오르기도 했고 직장에서 연수 내용 주제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나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심리테스트마냥 가볍게 훑어보고 지나갔던 기억들 뿐, 결과에 대해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에니어그램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겠다고 느끼게 된 건 이 책의 소개 때문이었다. "엄마가 2% 변하면 자녀는 200% 변한다"는 이 문구를 그대로 믿는 건 아니었지만 이 문구를 본 순간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잊고 있었던 중요한 정보를 떠올리게 되어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아이가 잘 되려면 부모와 아이의 합이 잘 맞아야 된다고 늘 생각해왔던 나다. 부모가 부모의 성향을 잘 알고,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해 아이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줄 수 있도록 하는 게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해 왔었다. 이런 점에서 <엄마가 먼저 알아야 할 에니어그램>은 평소 나의 생각에 잘 맞는 책이었다.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알게된 나의 성격유형은 '2유형-남을 도와주거나 남에게 도움이 되려는 봉사자'였다. 사실 1,4,6 유형의 점수가 같고 이들 유형과 2유형의 점수차가 1점뿐이라 2유형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1점차의 점수라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검사를 하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2유형의 요소가 내게 크게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고, 이 유형에 대한 설명 중 내게 깨달음을 준 건 '자만심'에 관한 부분이었다. 친절과 배려라는 이름으로 남을 잘 도와주지만, 나는 도움이 필요없다는 자만심이 사실은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교만은 결국 아이에게 적절한 발달 단계의 기회 제공을 막게 된다고 하는데 이런 설명은 내게 사실 꽤 충격이었다. 내가 은연중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의 발달을 막고, 아이의 도전과제를 내가 해결해버리고 있다는.

   이 깨달음만으로 이 책은 나에게 충분히 유용했다. 덕분에 나는 아이에게 필요에 따라 좀 더 단호하게,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의식적 노력을 다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는 점점 자라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많아지고 있는데, 엄마인 나는 여전히 아이에게 다 해주어야만 한다는, 아이는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듯 하다. 저자의 조언대로 엄마가 '먼저'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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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이야기 -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6
안토니오 텔로 지음, 페르난도 팔코네 그림, 곽정아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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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선징악의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있던 고전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은 주인공과 반대되는 악의 축에 있는 악인이다. 선의 대명사인 우리의 주인공이 이야기 내내 못된 심보로 중무장한 악인의 온갖 계략에 휘둘리는 걸 보노라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절로 들 지경이다. 요즘 말로 고구마 먹는 것 같은 답답함에 사이다같은 시원함이 간절해진다고 할까. 때문에 이야기 내내 독자는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에만 포커스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단순하고 평면적인 이야기와 주인공보다 입체적이고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악인에게 눈길을 주게 된 것은. 고전을 통해 전해 내려오던 천편일률적이고 교훈적인 주제는 어느새 다양한 시각의 감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가령, 심청전에서 심청은 과연 효녀일까라든가, 계모는 과연 정말 나쁜 사람인가, 현대사회에서 놀부같이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등등.

때문에 '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 이야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런 흐름을 타고 마녀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접근을 하는게 아닐까 싶어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주인공의 조명에 가려, 각각의 사연이 배제되어 있던 마녀들의 속 깊은 이야기가 드디어 빛을 보는걸까.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었다. 여러 동화 속에 등장하는 마녀들을 동화 내용과 함께 소개하는 정도의 책이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나의 기대에 맞게 쓰여지긴 사실 쉽지 않았으리라 이해는 간다. 일곱 살 큰애가 이 책의 제목과 그림을 보고 나보다 먼저 책을 뺏어 읽으며 재밌어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책 같긴 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마녀 총 백과같은 반가움을, 그렇지 않은 아이에겐 소개된 동화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어찌됐든 '마녀'라는 소재와 독특한 마녀들의 '그림', 게다가 보라빛 커버의 '신비함'까지 더해져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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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글쓰기 - 문학적 향기를 따라서
안재성 지음 / 목선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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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데, 문제 의식은 뚜렷이 느끼면서도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른 채 여전히 허송세월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막상 글을 쓰려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늘 비슷한 내용의 의미없는 말들만 잠시 끄적거리다 말기를 반복하고 있다.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만이라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나의 목표인데 내 안의 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왜이리 어려운지. 이건 단순히 생각의 깊이나 배움의 깊이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라는 제목에 많은 기대를 한 건 사실이다. 어쨌든 요즘의 나의 큰 희망사항 중 하나가 '글쓰는 시간 확보, 글쓰기의 습관화'이고 그만큼 글쓰기가 나에겐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헤메고 있는 나에게 한줄기 햇살같은 글쓰기 방법론 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문학적 향기를 지닌 글쓰기'라는 저자의 말에서처럼 "인생을 바꾸는 글쓰기"의 저자는 우리의 글쓰기 목적이 문학 창작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글을 쓸 때는 문학 창작을 하듯 문학 작품을 형상화하는 다양한 기법들을 적극 활용해 깊이 있는 글을 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소재, 주제, 이미지, 비유, 상징, 리듬, 시점, 인물, 배경, 문체 등 문학의 종류인 시, 소설, 수필을 얘기할 때 거론되는 여러 이론들을 소개하고 글쓰기 과정 중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는 퇴고(고쳐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짓고 있었다. 정리해보자면 이 책은 문학 개론과 글쓰기 방법론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에 대해 실제적인 팁을 원했던 나의 요구와 딱 맞는 책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이 책의 내용이 결국 어떤식으로든 글쓰기를 고민하는 나에게 뼈와 살이 되어주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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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아침 따뜻한 저녁 - 쉽고 예쁜 요리로 소소한 일상의 행복 찾기
이수완 지음 / 조선앤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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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밥을 먹어야 든든함을 느끼는 신랑 덕분에? 나 역시 어느새 되도록이면 든든한 '밥'을 꼭 챙겨 먹이려 신경을 쓰게 되었는데 거기서 거기인 메뉴의 한계에 요즘 내가 무척 질려하던 차였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다른 느낌의 음식을 만들 수는 없을까. 바쁜 아침에 든든하면서도 간단한 메뉴는 없을까. 여러 밑반찬 없이 단일요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잘 먹었다는 느낌을 받는 음식은 없을까. 이런 류의 고민이 매일 끊이지 않았다. 다양한 음식을 알지 못하다보니 선뜻 새로운 시도를 하지는 못하고 열정을 가지고 들여다보기엔 요리에 흥미도 없을 뿐더러 늘 다른 일에 우선순위가 밀려버리곤 했다. "가벼운 아침 따뜻한 저녁"은 현재 이런 나의 현실적 상황에 딱 맞는 요리책 같았다. 

 

  "네이버 요리 부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바 있는 cafe 709 in Japan의 운영자"인 저자는 미국에서 생활했던 아버지, 일본에 거주중인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요리의 폭이 매우 다양한 듯 했다.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소개된 많은 요리들이 한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양식, 일식이 고루 (어쩌면 더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음식의 폭이 매우 좁은 나에게는 여기에서 소개한 메뉴들이 참 낯설었다. 온갖 낯선 용어들이 목차를 꽉 채우고 있었다. 이런 음식들은 브런치 카페나 이국적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쉽게 접하기 힘든 메뉴들 같았다. 정말 이런 것들을 집에서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다고? 요리법도 크게 어렵지 않은 듯 하다.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에 영양까지 겸비한 인상이다. 

 

  수육, 삼계탕 이런 것들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밖에서 이런 음식을 사먹지 않게 되었다. 만드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데다 집에서는 푸짐한 양을 음식점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벼운 아침 따뜻한 저녁" 책을 보고난 후의 느낌이 딱 이렇다. 그동안 이런 음식들을 비싸게 사먹어왔다니 왠지 그동안 쓴 돈이 아까운 기분이 든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 책이 종종 나의 식탁을 글로벌하게 만들 때 매우 요긴하게 잘 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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