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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이야기 -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ㅣ 세계 대표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6
안토니오 텔로 지음, 페르난도 팔코네 그림, 곽정아 옮김 / 가람어린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권선징악의 분명한 주제를 가지고 있던 고전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은 주인공과 반대되는 악의 축에 있는 악인이다. 선의 대명사인 우리의 주인공이 이야기 내내 못된 심보로 중무장한 악인의 온갖 계략에 휘둘리는 걸 보노라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절로 들 지경이다. 요즘 말로 고구마 먹는 것 같은 답답함에 사이다같은 시원함이 간절해진다고 할까. 때문에 이야기 내내 독자는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에만 포커스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단순하고 평면적인 이야기와 주인공보다 입체적이고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악인에게 눈길을 주게 된 것은. 고전을 통해 전해 내려오던 천편일률적이고 교훈적인 주제는 어느새 다양한 시각의 감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가령, 심청전에서 심청은 과연 효녀일까라든가, 계모는 과연 정말 나쁜 사람인가, 현대사회에서 놀부같이 욕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등등.
때문에 '상상력을 키워주는 동화 속의 마녀 이야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이런 흐름을 타고 마녀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접근을 하는게 아닐까 싶어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주인공의 조명에 가려, 각각의 사연이 배제되어 있던 마녀들의 속 깊은 이야기가 드디어 빛을 보는걸까.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었다. 여러 동화 속에 등장하는 마녀들을 동화 내용과 함께 소개하는 정도의 책이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기에 나의 기대에 맞게 쓰여지긴 사실 쉽지 않았으리라 이해는 간다. 일곱 살 큰애가 이 책의 제목과 그림을 보고 나보다 먼저 책을 뺏어 읽으며 재밌어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책 같긴 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마녀 총 백과같은 반가움을, 그렇지 않은 아이에겐 소개된 동화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어찌됐든 '마녀'라는 소재와 독특한 마녀들의 '그림', 게다가 보라빛 커버의 '신비함'까지 더해져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력적인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