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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쇠망사 1
Edward Gibbon / 대광서림 / 199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필연적으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현상계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물질뿐만 아니라 무형의 제도나 문명도 위와같은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역사상 가장 오랜시간에 걸쳐 제국을 유지하고 번영하던 로마제국도 결국은 그 문명의 종점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E. Gibbon의 '로마제국쇠망사1'편은 서서히 문명종식의 징조를 나타내기 시작한 로마제국을 다루고 있다. 아우구스투스가 제국을 건립한 이래 수 많은 황제를 거쳐 이른바 '오현제'시대에 제국은 최전성기를 구가한다. 하지만 문명의 멸망은 항상 최전성기 직후에 다가오는 법! 콤모두스 황제 이래로 흔들리기 시작한 황제권과 너무 비대해져 통제가 어렵게 된 근위대, 중앙집권적 통제가 허술해진 틈을 타서 중앙에의 위협세력으로 등장한 각 속주의 군대들... 여기에 새로 결집된 여러 만족의 침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로마제국의 앞날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Gibbon의 기술은 연대기적 방식을 취하면서도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소는 따로 떼어서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제정 로마사 연구에 거의 바이블적인 성격을 갖는 이 저술은 서술방식이나 내용 모두 흥미있고 좋았지만, 다만 한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읽어내려가다보면 전혀 무슨 말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번역이 그것이었다. 영어로 씌여진 원작을 그대로 직역했는지 전혀 문맥이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맞춤법이나 연대가 틀리거나 심지어 지명도 앞문장과 뒷문장이 뒤죽박죽 섞인 곳도 많았다. 로마인이야기를 읽을 때와 같은 빼어난 번역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문법이나 맞춤법 정도는 수정되면 좀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