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1453년은 고대 그레코-로만의 문명이 완전히 종식된 매우 의미깊은 해로 기록되어있다.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의 정치적인 포석에 따라 로마제국이 동과 서로 완전히 분리된 후, 서로마는 476년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멸망하지만, 제국의 동쪽 비잔틴 제국은 고대의 문명을 끌어안고 1453년까지 생명을 유지한다. 이 작품은 바로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1453년에 그 生을 마감하는 시기에 살았던 여러 인간들의 행동을 과감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복원하고 있다.이 작품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동로마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로마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동로마의 존재를 조감할 수 있는 쉽고도 재미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서 문명의 전환기에 처한 개인들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가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이미 그 生을 다한 고대의 문명이 신흥 이슬람 문명에 의해 교체되는 혼란기에서 개인들은 과연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가? 과거의 전통을 반드시 수구해야만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명에 편입해야 하는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 옳은 행동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저자는 에필로그라는 편에서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함락 이후에 어떠한 발자취를 남겼는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독자들이 이 장(Chapter)을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위와같은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기를 의도한 것은 아닐까?끝으로 이 작품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한가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에 참가한 이슬람 정예군단은 역사상에서 노예군단이라고 불리워지는 예니체리 군단이었다. 그들은 비이슬람교도의 자식들로 어려서부터 군에 소속되어 교육을 받아 길들여진 노예들이었다. 그들은 비록 비이슬람교도의 자식들이었지만, 교육을 통해 세뇌된 그들은 이슬람을 위해선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은 이슬람 최강의 용사가 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여러 학부모님들은 자식들을 어릴때 외국유학을 보내고, 아이들은 그 나라에서 그 문물을 교육받으며 그 나라 시민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양육된 아이들과 예니체리 군단병들과의 차이점은 과연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