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로마인이야기 시리즈와는 다르게 이 작품은 통시적인 역사서술을 취하지 않고, 로마의 사회간접자본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때문에 저자도 서문에서부터 구구절절히 밝히는 바지만, 이전까지의 작품과는 다르게 이 작품을 대해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기존의 이야기체 평이한 서술에 만족해온 독자라면 상당히 실망했을 법한 작품인 것 같다.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로마가 대제국을 이룰 수 있던 원인을 사회간접자본의 정비로 보고 있는 점이다. 인류역사상 최초로 상하수도를 정비하고, 도로의 네트워크화를 실현한 민족, 이러한 간접자본의 정비를 통해 이민족과의 동화정책을 실시하여 결국 세계사사상 유례없는 대제국을 건설한 민족이 로마인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위와같은 생각은 작품 전반에 걸쳐 골고루 나타난다. 로마인의 위대함을 인프라 정비에서 보는 저자의 생각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상하수도의 정비는 질병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고, 도로의 네트워크화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문화의 교류를 촉진하여 소위 문명화를 가속화시킨다. 로마제국의 시민들이 누렸던 문명의 수준은 현대 복지국가가 출현하기전까지는 단연 최고의 것이었다. 서기 3세기경 여러 군소국가들이 점차 고대 3국으로 정립하던 우리나라의 문명과 그때당시 이미 위와같은 문명화아래 '팍스 로마나'를 누리던 로마를 생각해보면, 그 위대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로마의 통사에서는 벗어나지만 로마인의 위대성을 알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작품은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