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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저널리스트 서형욱의 유럽축구기행
서형욱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테마는 축구가 아니라 여행이다.
'축구책'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책을 몇장 넘기다보면 이 책의 정체가 '기행서'라는 것 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저자가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장이 있는 도시만 골라다니기는 했어도 이 책에서 가장 짙게 묻어나는 것은 축구에 대한 사랑이나 축구경기를 보면서 느낀 감흥 보다는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느낀 감흥과 여행에서 느낀 크고 작은 성공 및 실패담이다. 특히 난처할 때나 짜증날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고 위트있게 풀어놓은 대목들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재치 넘치는 필체와 꾸밈없는 고백이 어우러져 모처럼 '여행기 읽는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보고 드는 생각은.. '축구 보러 가야지'가 아니라 '어서 배낭 메고 유럽 가야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분명 축구책이 아니라 독자들을 유럽으로 '꼬시는' 훌륭한 기행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잠깐 덧붙이면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해도 두꺼운 내용과 수백장에 달하는 사진이 그 아쉬움을 금새 없애준다)
물론 책 곳곳에 스며있는 저자의 축구(특히 한국축구)에 대한 애정도 맛깔스럽다. 왜 유럽과 우리가 다른지, 왜 유럽의 축구가 그렇게 매력적이고 신이 나는지를 절절하게 묘사해놓아 축구에 별반 관심이 없는 독자도 공감할수 있다.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과의 만남에 대한 경험도 새롭다.
이제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형식의 기행문이라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모름지기 '기행문'이라하면 이렇게 새로운 맛이 있어야 한다. 소재의 새로움과 새롭게 풀어쓰기의 매력이 오롯이 담겨있는 재미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