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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으로서의 의무이자 리뷰보다 더 흥미로운 일은 주목할 만한 신간을 뽑는 일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기회에 단 한 번도 맞추지 못해 조금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뽑기의 흥미는 남아있다. 5월에도 좋은 그리고 읽고 싶은 소설들이 많이 출간됐다. 그 속에서 서너 권을 추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내가 뽑은 신간이 알라딘 선정과 엇나가더라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날이 더워지고 있다. 여름의 로망 중 하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 썬탠을 하면서 두터운 추리소설 한 권을 독파하는 일이다. 그래서 첫 번째로 꼽은 책은 일본추리소설 말레이철도의 비밀이다. 더군다나 이 소설이 아름다운 휴양지인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니 여름의 로망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니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여름이면 무작정 해외로 뛰쳐나갔던 때가 가물거릴 정도로 긴축재정 하에 사는 요즘이라면 이 소설 하나로 여름의 낭만을 대신해도 좋을 것 같다. 작가는 56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아리스가와 아리스이다. 본격 미스터리의 기수이자 엘러리 퀸으로 통한다니 기대감은 더욱 상승한다.
폐허가 된 서울. 이것은 미래일까 아니면 과거일까. 어쩌면 둘 다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SF영화나 드라마가 미래의 어떤 지점 지구의 멸망을 상상해왔다. 그렇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미국의 어디일 뿐이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우리들에게 미래의 모습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배경이 돼버렸다. 일종의 세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폐허가 된 서울이라는 전제는 낯설면서도 뿌듯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SF적 공상을 따라가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페허라는 것은 대도시 서울에서 대량발생하는 관계의 전멸을 상징하는 것 같다. 우리는 자주 8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서울의 풍경을 그리워한다. 그 그리움 심연에는 관계를 사살하는 우리들 자신에 대한 용서가 있지 않을까? 고독이 감염된 단절된 도시의 삶에 대한 반성을 기대케 한다.
기억은 개인의 아주 소중한 자산이다. 돈으로도 바꿀 수 없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은 때로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아니 처음의 기억과 나중의 기억이 달라진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만일 자신이 기억하는 아름다운 시절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인간은 어떻게 반응할까.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은 한국작가로 일본 미스터리 전문 월간지에 소개가 되어 화제가 된 신인작가 송시우의 첫 장편소설이다. 일본에 비하면 장르소설이 취약한 편인 한국이지만 분명 일본과 다른 한국만의 개성과 문법이 존재한다. 우리가 애용하는 1980년대가 배경인 만큼 독자의 추억을 관통하는 소재들이 익숙할 것이며 동시에 그 편리함과 안락함을 유린하는 추리소설의 반전 쇼크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