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육식 이야기
베르나르 키리니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 문학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어릴 적 소위 세계명작전집에는 프랑스 문학이 아닌 것도 프랑스 것으로 착각하면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유럽이라는 혹은 세세하게는 독일이나 영국 문학이라는 제대로 된 기억 대신 그저 프랑스 문학이라는 인상이 더 오래 남아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러다가 조금 더 커서는 전집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얼마나 자유로울지는 미지수지만) 책에 대해서 선택할 수준이 되서 접한 프랑스 문학은 다소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을 주겠지만 그래도 뭔가 한국문학에서 느끼지 못할 막연한 기대감을 채워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프랑스 문학을 접한 기억이 아주 희미한 것을 보니 기껏해야 영화로나 본 정도일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그것도 두 권씩이나 프랑스 소설을 읽게 됐는데, 그중 이야기의 재미에 흠뻑 빠지게 한 대단히 발칙한 상상의 <육식이야기>는 오랫동안 가져왔던 프랑스 문학의 인상을 많이 바꿔놓게 될 듯하다. 처음 육식이야기라는 책제목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사자가 고기를 먹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꽃이 고기를 먹는 것일까? 하는 상상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심지어는 사자를 한입에 꿀꺽 집어삼키는 어떤 무시무시한 꽃의 이야기일까 하고도 상상해보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육식이야기는 그런 식이다. 비록 사자를 집어삼키는 어마어마한 꽃이 나오진 않지만 그것쯤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흥미진진한 발상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단편소설 14개로 구성된 육식이야기는 대단히 흥미로운 상상 혹은 공상을 전달하고 있다. 거기에 프랑스 남자에 대한 전인류의 선인견인 에로틱까지 겸비해서 읽는 이의 은밀한 욕망까지도 자극해주니 읽는 일이 매우 신나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에로티시즘이 말초만을 자극하는 싸구려가 아니다. 다소 직접적이고, 디테일한 묘사가 동원되고 있지만 그것에는 문학적 연민과 낭만으로 잘 포장되었다.

무엇보다 신선했던 것은 한국문학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독자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외식 같은 맛을 주고 있다는 점이 좋다. 물론 한국소설에 익숙한 독자에게 이런 류의 소설이 문학지향을 바꿀 것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주 훌륭한 손맛을 가진 어머니의 밥상을 매일 대하면서도 가끔은 김밥집 단무지에서 달콤한 맛을 느끼듯이 이 낯선 프랑스 단편집은 그 김밥 이상의 재미를 주고 있다. 이 책은 너무도 차가운 도시생활에 굳어진 현대인에게 은밀한 상상을 제공하는 공을 세우고 있다.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단편집은 유행가 가사처럼 십점 만점에 십점을 줘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