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무엇인가 - 신의 실체에서 종교 전쟁까지
오강남 지음 / 김영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 부터 '이웃종교로서 불교',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에 이어 '종교란 무엇인가'까지.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상식으로 한국 개신교의 편견과 독단, 오만을 깨뜨려준 아주, 아주 고마운 책들이다. 그리고 종교다원주의 환경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믿어야 할지까지 넌지기 가르쳐주신다. 


하지만.

메타노이아, 깨달음... 등 오교수가 말하는 심층 종교의 목표는 아주... 아주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는것.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종교 역시 가짜이거나, 모조품일 것이다.  

엘리트나 특권층이 아닌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종교를 찾을 때는 대부분 욕망이 크게 상처받고 좌절을 겪었던지 심각한 위기에 처한 때이다. 그 욕망이 치료받기 원하고, 어떻게든 다시 회복, 지속, 더 나아가 확장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교회에 나가 빌기까지 한다. 

류영모 선생님도 함석헌 선생님이 감옥에 갔을 때 풀려나게 해달라고 '구하는 기도'를 했다고 들었다. 구경의 경지에 이른 류영모 선생께서도 그러한 적이 있는데 하물며 우리들이야...

   

오교수님의 책은 정말 옳음 말씀이다. 하지만 대중에게 욕망을 벗어나 심층으로 들어가라 말하는 것, 또 경쟁과 자본의 논리에 갇혀 대중의 욕망에 적절히 반응 할 수 밖에 없는 교역자들에게 심층을 가르치라고 하는 것은. 그저 종교가 가진 불편한 진실을 보여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같다. 뒷산밖에 올라본적 없는 아이와 그 부모에게 지도 한장만 던져주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등반하라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길희성 교수님의 보살예수론과 일맥상통하는 이러한 가르침... 더 없이 소중한 것은 알겠다.

적어도 타워팔레스에서 벤틀리 몰고다니시는 천재적인 명설교가로 알려진 분의 가르침이나, 손만 엊으면 암환자도 낫는다는 기적과 같은 목사님의 가르침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하지만 오늘도 몰락해가는 스스로 잠시 중산층이라 여겨왔던 서민들,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들... 그들은 오늘도 어제처럼 아프고, 고달프고, 벼랑 끝에 서있다. 극심한 상대빈곤의 고통에 시달리다 못해 절대빈곤의 위기까지 느끼고 있다. 일년에 맘편히 책한권 읽을 여유도 없다는 것.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무엇일까?  진정한 치료제... 에베레스트를 향한 극기 훈련일까? 아님 치료제가 아닌줄 알던 모르던 너무 아프니까 중독성 있어도 먹어야 하는 진통제, 진정제일까?

 

진정한 종교란 무엇인가 아무리 쉽게 설명하고 가르친다하더라도 배움도 짧고, 지식도 부족한 나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다. 나만 그토록 멀게 느껴지는걸까? 우리나라 4천만 인구, 그 중 직업적으로 종교와 관련한 자를 제외하고, 개신교를 믿는 자 중,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 그 중 재산도 없고, 중산층에 접근할 꿈마저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사람,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며 실직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 상대적 박탈감의 고통. 그 극한을 체험하는 사람들에게. 메타노이아란 그저 지식인, 종교적 엘리트들 만의 것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이 없는 자들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이들은 어떻게 믿어야 하며,

또 어떤 가르침을 따라야 하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오교수님 책에 아직 그 해답은 없는것 같다. 차라리 종교란 제대로 믿기는 어렵고, 해악이 무척 많아 쉽게 믿으려 했다가는 노예가 될 수 있으니 왠만해서는 종교를 갖지 말라고 하는편이 더 맞는 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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