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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김형경 지음 / 문이당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틀 동안 짬짬이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생각한다. 진정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은 있는 것일까. 또한 있다면 그 기준은 정말 특별한가. 하지만 작가는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이 그것도 특별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만약 특별한 무엇이 있다면, '특별한' 기준이 아니라 사랑에 붙어야 될 형용어구인 거 같다. 그리고 사랑이 특별하다고 함은 일반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 사랑과는 다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사회가 사랑이라는 추상을, 특히 TV 드라마에서 일반적으로 다루듯이, 너무나 미화하기 때문에, 사랑에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희화화가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작가는 사랑은 뭔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라는 것을 반어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작가의 의도는 세진과 인혜라는 두 인물 그리고 오여사라는 모임의 다양한 여성의 입을 통해 이야기되고 있다. 특히 세진과 인혜의 삶은 거울의 양면처럼 극단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세진이가 남자와의 관계에서 과거의 기억과 경험으로 인해 극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면을 보이는 반면에, 인혜는 매우 남성들과 자유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한 마디로 매우 리버럴한 여성이다. 하지만 이런 남성에 대해 상당히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두 여성의 삶이 우리 사회에 매우 낯선 것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여성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의 여성들이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단지 소설 밖의 여성들은 이런 자신의 삶과 느낌 또는 인상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특히나 세진의 이야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듯이, 두 여성의 삶이 대다수 여성의 삶이라는 것은 그녀가 행하고 있는 정신분석에서 잘 드러난다. 정신분석은 표면적으로는 정상이 아닌 비정상의 개인에 대해 행해지는 행위인 듯하다. 하지만 정신분석이 행해지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정상적인 행동을 취하는 개인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우리 또한 어느 정도 비정상적인 면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 자신이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밤의 껍질을 하나 하나 벗겨내면 겉만 봐서는 예측할 수 속이 나오듯이 우리 인간 또한 그러한 것이다.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이야기함으로써 정상과 비정상, 보통과 특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작가는 단순히 경계를 무너뜨리는 해체를 말하지는 않는다. 이 해체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해체, 즉, 현대 이론가의 말을 빌면, 내파이다. 나아가 한 개인의 탈바꿈이며 전톨적인 성장소설적인 구조를 엿보이기도 하면서 또 다른 생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두 여성의 지난 삶에 대해서 그 누구도 옳고 그름의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없듯이, 소설의 이후 이야기가 보여줄 새로운 생성 또한 옳고 그름이라는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판단을 유보한다. 특히나 이 유보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설다. 우리는 이런 사회가 강제한 잣대에 너무나 익숙하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항상 어떠한 식으로든 판단을 내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가령 이 서평을 쓰기 전에 접하게 되는 평점매기기처럼. 하지만 이 평점을 매기는 개개인들의 평점을 매기는 기준이 다르듯이, 세상에는 어떠한 절대적인 판단의 기준은 없다. 단지 개별적인 판단의 기준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볼 때, 그 개별적인 판단은 아주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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