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구판절판


오후 두시, 태양이 가장 뜨겁게 작열하는 시간, 홀린 듯 나는 또 집을 나선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시간들의 공격을 피해, 허겁지겁 떠밀려가는 일상의 욕망을 피해, 채권자처럼 찾아오는 절망과 우울을 피해 천천히 걷는다.
걷는 행위는 아무래도 사랑의 과정과 닮은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랑에 미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다음에는 이상화되고 미화된 사랑의 대상이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사랑이라는 추상성이 온몸의 감각으만으로 구체화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과도 같은 정점이 걷는 행위에는 내포되어 있다. 틀림없이 나는 걷는 행위가 주는 절정감에 중독된 것 같다. -217쪽

이제 나는 내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정의롭기도 하고 비겁하기도 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이타적이기도 하며.... 그런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존재로서 존엄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타인의 그런 점들도 끌어 안을 수 있게 된 점이 더욱 만족스럽다.-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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