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형. 오랜만에 블로그에 가보니 블로그가 폐쇄됐더라.. 

 

키보드워리어이기도 했던 그는

이제 진보신당 탈당을 선언하고

블로그에 있던 그의 글이 모두 사라졌다.

모든 기록은 기록되야 된다던

그의 글은 사라졌다.
 

 

 

디시인 사이드의 한윤형의 진보신당 탈퇴관련글.

사람들 선동해서 같이 떠나자고 할 생각없다. 그래도 조가 심보다 나을 수도 있는데, 굳이 조를 찍을 사람들을 끌어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론,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내가 뭐 대단한 원칙주의자라서 그런게 아니다. 진보신당이 쥐뿔 뭐라도 있는 정당이면 통합논의에 짐짓 발 거치고 정치협상하고 하는게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심 플랜'은 명백하게 진보정당 운동을 접자는 소리였다. '독자노선론' 대 '연합정치론'이 아니라, 진보정당 운동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던 거다.   

    따라서 조가 심의 대항마로 나왔다면, 나는 나의 지지자들과 함께 진보정당 운동을 계속 하겠소, 라는 사인을 줬어야 했다. 하지만 조는 그 사인을 주지 않고, 연합정치론자들에게 어필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니까 그에겐 이 상황이 진보정당 운동을 접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전략전술적 우선순위에 대한 이견차이의 문제였다는 것이 된다. 만일 그 판단이 옳다면 그런 식의 정치적 기동에 내가 동의하지 못할 이유도 없겠지. 하지만 내 생각엔 그게 아니다. 진보정당 운동은 사실상 끝났다. 민주노동당이 '분당 5적' 조승수의 데이트 신청에 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민노당이 민주당과 스킨십을 강화해서 진보신당에게 공짜로 열리는 이 공간을 박차는 정치공학에 무슨 희망이 있겠나. 일단 당적부터 버릴 생각이다. 이쪽은 쳐다보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십년을 이 판을 지켜봤던 내 집착을 좀 덜어내야겠다는 뜻이다.   
     이걸 예상한 건 아니고 홧김에 빡쳐서였지만, 블로그 닫기를 잘했다. 한동안은 매체에 글 쓸 힘도 없을 것 같다. 이미 2012년을 앞둔 물밑 판짜기와 프레임 선점 암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마이너의 마이너'에 해당하는 이런 오덕세계의 스토리에 세상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글쓰기를 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크다. 물론 내가 이렇게 한가한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은, 한동안은 칼럼쓰지 않아도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겠지만, 지치고 맥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조의 발언은 '386'이란 세대와 '활동가'라는 정체성의 교집합이 만들어냈던 어떤 흐름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것은 너무 늦은 선언이거나 너무 이른 선언이겠지만, 그것이 진행되는 과정이란 건 분명하다. 그들은 나름대로 세상을 바꿔냈다. 하지만 운동을 스스로 말아먹고 후세대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상속받지 못했다. 우리는 (정말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맨땅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해야 하는 객관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또래세대 진보정당 당원들이, 그들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맞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욕하면서도 그들의 방법을 벤쳐마킹하면서 '운동'을 해왔던 (혹은 안 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들의 노선과 행동에 대한 냉철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선배가 물려준 게 없다고 파묻고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자는 자세는 안 된다는 거다. 386세대는 바로 그렇게 시작했고, 그것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결말은 이렇다. 나는 우리가 일단 그들에 대한 기록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기록은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 자신들을 위한 지침을 찾기 위한 기록이다.         
아마 그러면서도 우리는 '저 정치인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정치공학적 판단이나 주관적 희망과는 상관없이, 현재의 정치적 판세는 그들이 연합을 통해 '큰 정치인'(보수정치이라 하더라도)이 될 수 있는 전망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들은 유연해지려고 노력하더라도 유연해지지 못하고 2012년에 지금의 바운더리와 거의 유사한 바운더리의 정치집단의 후보로 총선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아마 그때에 우리는 그들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들을 '훌륭한 진보정치인'으로서 지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훌륭한 야당정치인'으로서 지원하는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이리라.          
어느쪽의 활동이 어떤 식으로 시작되든 '독립'해야 할 시간이다. 애초에 내가 태어나기 이전의 맥락에 관심이 없는 유아들의 독립이 아니라, 역사를 지각하는, '역사 이후'의 시대를 지각하는 이들의 독립이 필요한 시간... 미쳐버리지 않고는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세상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대체 뭐가 제정신인지도 판정내릴 수 없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몇년 후의 나의 냉소적인 정신은 지금의 나를 또 비웃고 있겠지만, (오늘 내가 몇 년 전의 내게 그렇게 하듯) 여하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9242144085&code=990000  

 2030 콘서트]프로게이머 이윤열의 ‘명예’

 한윤형 자유기고가


 





  • 한윤형 자유기고가
    게임을 좋아하는 청년들에게 최근의 이슈는 단연 ‘스타크래프트2(스타2)’다. 스타2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작품 하나 이상의 맥락이다. 1990년대 말 PC방 열풍과 함께 한반도 남쪽을 강타한 스타1이 우리 세대의 청년들에게 ‘스타(크래프트)리그’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이벤트를 만들게 했기 때문이다. ‘e스포츠’란 그럴듯한 포장지를 뒤집어쓴 ‘스타리그’는 10년 동안 자생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스타2 발매는 스타1이 구축해온 스타리그의 세상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스타크래프트의 제작사인 블리자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스타리그라는 괴물의 활동을 지난 10년간 방관해왔다. 블리자드는 처음에는 자신이 만든 게임을 그토록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감격했을 거다. 하지만 그후 블리자드는, 이 청년들이 ‘옛 게임’을 계속 즐기느라 ‘새 게임’을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이 별로 좋은 것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스타리그를 방관했지만, 차후의 신작에서는 e스포츠조차 블리자드의 자장 속에서 실행되는 그런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다. 블리자드 계정의 배틀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아예 대전이 불가능한 스타2의 시스템은 그러한 의지의 반영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reset’을 강요하는 그런 ‘Game’이다. 소비자가 오늘 쾌감을 준 상품에 내일 싫증을 느끼지 않는다면 우리의 시장경제는 존속할 수 없다. 어린이는 끝없이 장난감을 버리고 청년은 끝없이 철지난 게임에 ‘Delete’키를 누른다. 이처럼 끝없는 ‘단절’과 ‘망각’이 반복되는 세계에선 ‘서사’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이 현기증 나는 레이싱의 현장에서도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충동을 가진 동물이다. <토이스토리> 시리즈가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앤디가 우디와 버즈를 버리지 않기를, 그리하여 우디와 버즈의 이야기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스타리그의 서사는 <토이스토리>가 그랬듯 자본주의의 최첨단 이미지를 뒤집어쓴 채 그것의 비인간적 속도에 저항하는 그런 위안의 ‘서사’였다. 그리고 그런 서사를 만들어낸 위대한 게이머 중 하나, ‘천재 테란’ 이윤열이 스타2 공식 발매 하루 전날 스타2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일각에선 그가 ‘영예로운 프로게이머’의 지위를 버리고 ‘상금 사냥꾼’으로 돌아섰다고 비판한다. 후배들을 위해 ‘명예로이 퇴진’하지 않고 ‘기득권’을 누리려 든다고 비난한다. 어이가 없는 소리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게임단에 팀스폰서를 하는 기업들이 모여서 구성된 단체다. 그들은 스타2리그를 주관하기 위해 블리자드와 저작권 협상을 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그래서 각 기업이 운영하는 게임단은 소속팀 프로게이머가 스타2를 즐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는 협회의 룰 안에서 계속 스타1리그에 출전하거나, 협회가 인증하는 프로게이머 신분을 포기하고 새로 형성되는 스타2리그에 출전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가진다. 한쪽의 길은 ‘영예’롭고 다른 한쪽의 길은 기득권을 추구하는 길인가? 협회야말로 프로게이머들의 권리는 방기한 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블리자드와 협상하다가 오늘날의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새로운 게임에 도전하고 싶다’는 열망보다 게이머에게 더 본질적인 것은 없다. 프로게이머라는 호칭은 협회의 인준이 아니라 그 열망이 가져오는 결과에 의해 결정되는 법이다. 이윤열은 여전히 프로게이머다. 팬들은 그의 결정과 누구도 박탈할 수 없는 그의 명예를 지지할 것이다.

 

 

경향신문 한윤형의 최근 기사다.  

프로게이머의 명예.. 

아..참..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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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0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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