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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의 비극 - Mystery Best 1
엘러리 퀸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과 함께 세계 3대 추리 소설이라는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사촌 형제인 프레데릭 대니(Frederic Dannay)와 맨프레드 리(Manfred Lee)가 버나비 로스, 또는 엘러리 퀸 이라는 필명으로 합작해 추리 소설을 썼다는 사연은 굉장히 유명하다. 그들 형제는 정체를 숨긴채 엘러리 퀸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였고 탐정의 이름은 남으나 저자의 이름은 사라진다는 생각에 그들의 필명으로 탐정 엘러리 퀸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탐정 엘러리 퀸은 아서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와 명성을 나란히 한다.
탐정 드루리 레인 4부작은 이렇다. 세익스피어 연극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노배우 드루리 레인은 청각을 잃고 배우 생활을 은퇴한다. 이후 탐정이 되어 경찰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주체적으로 추리를 해 나가기도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를 갖는다. 『X의 비극』으로 시작해 『Y의 비극』,『Z의 비극』,『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4부작을 이룬다.
『Y의 비극』은 부유하지만 불행한, 광기에 가득찬 해터 집안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살인 사건 이야기이다. 첫 장면은 실종되었던 아버지 요크 해터의 죽음으로 시작되는데 이후 이어지는 에밀리의 장녀 루이자 캠피언 독살 미수 사건들과 안주인인 에밀리 해터 살인 사건,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범죄의 실상과 범인의 실체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재미있다. 드루리 레인이라는 탐정의 캐릭터도 좋고 사건의 얼개를 이루고 있는 해터 집안 사람들의 캐릭터도 좋다. 원래 개인적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에르큘 포와로나 미스 마플,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좋아하는데 드루리 레인 역시 분위기가 유사하다.
나는 드루리 레인의 다분히 인도주의적인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소설을 끝까지 읽어본 이라면 아마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범인은 사건의 종결까지도 밝혀지지 않는다. 드루리 레인은 범인에 대해 알면서도 밝히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몇 달 뒤 에필로그 형식으로 확실히 지시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다. 사건이 종결된 뒤 루이자 캠피언의 자연사 라는 사건을 들고 자신이 거처하는 햄릿 저택으로 찾아온 브루노 검사와 샘 경감에게 레인은 그제서야 범인에 대해, 사건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그 태도이다. 범인의 상황, 범인의 주변인물에 대한 배려로 밝힐 수가 없었다던 레인의 태도. 드루리 레인은 지적이고 친절하지만 감상적인 인물이며 뜻하지 않은 범인으로 인해 사건에 끼어들었던 것 자체를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신사적 태도를 지녔으나 사건에 대해서 만큼은 냉정한 포와로나 다정하지만 늘 끝맺음이 확실했던 마플, 괴짜적 기질을 가졌으나 뭔가 감정적으로는 유리되어 있는 홈즈에 비하자면 레인은 공감능력이 너무나도 뛰어난 탐정이다.
우리는 때로 인간적, 이라는 말을 쓴다. 가정폭력을 당하다 남편을 살해하고 만 부인에 대해, 그녀의 살인 행각은 법의 테두리 안에 심판되어야 할 것이지만 심정적으로, 인간적으로 이해한다, 라는 마음을 갖는다. 레인은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 인간적인 탐정이다.
드루리 레인 시리즈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탐정으로서의 레인이 여타의 다른 탐정들과 다른 면모의 인간적인 탐정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보니 『Y의 비극』을 먼저 읽게 되었지만 아마 기회가 닿는대로 나머지 시리즈들을 읽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