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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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까 언제부턴지 소설을 별로 읽지 않는 것 같다. 책 읽는 양은 큰 차이가 없는데, 최근에는 소설보다는 에세이, 경제, 신화, 인문학 쪽의 책을 주로 읽고 있다.
아마 몇 년 전, 인디라이터 강좌를 들으면서 생긴 습관인 것 같다.
그래도 소설이 좋은 건 일단 재미있다는 거다. 다른 분야의 책은 읽으면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책장도 넘어가지 않아서 중간에 도로 책을 덮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런 적이 없는 것 같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얼마 전에 읽었다. 2008년 11월에 초판이 발행되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어권 국가에도 번역 출간되어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뒤늦게 책을 구입했다. 확인해보니 2011년 8월, 182쇄란다. 3년여 만에 182쇄를 찍었다니 도대체 얼마나 많이 팔려나간 것일까?

 

워낙 유명한 소설이다 보니 어떤 내용인지는 대강 알고 읽기 시작했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 것이 처음부터 눈에 띈다. 주인공의 직업도 그렇고 작가의 말에서도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며 썼다고 말한다.

 

이 책은 참 슬프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만 하던 엄마가 어느 날 사라졌다. 그것도 자식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가 이야기하듯 한다. 자식들 하나하나에게, 남편에게, 모든 이들에게 마치 작별인사를 건네듯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결국 찾지 못한 엄마는 그렇게 세상과 작별을 고한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친 책의 첫 문장이 참 가슴을 때린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그리고 책 말미, 에필로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 개월째다.”

 

결국 찾지 못한 엄마, 다시는 가족과 만나지 못하고 만 엄마...
이 책을 읽으며 처음부터 내 눈길을 끈 부분은 우습게도 잃어버린 엄마의 생년월일이었다.
생년은 내 아버지와 같고, 생일은 나와 같다.
그래서였을까?
책 읽는 내내 조금은 더 몰입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원래 사람은 자신과 무언가 연관이 있을 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존재니까 말이다.

 

2년 전, 아버지께서 구안와사를 앓으신 덕분에 지금도 얼굴 오른쪽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연로하셔서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패셔서 얼핏 보면 잘 모르지만 이야기를 하실 때, 음식을 드실 때는 무척 불편해 하신다.
구안와사를 앓으신지 정확하게 일 년 일주일이 되던 날, 뇌졸중이 아버지를 찾아왔다. 문제는 상당히 경미한 수준이어서 아버지 당신도 조금 이상하다고만 하실 뿐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다는 점이다.
토요일 아침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자꾸 오른쪽 손발이 저리고 걸음을 못 걷겠다고 하셨다. 한의원에 다녀오고, 다음 날은 일요일이니까 그냥 넘어갔다. 월요일이 되니 오른쪽을 아예 쓰지 못할 지경이 되셨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뇌 이상이 의심된다며 빨리 큰 병원으로, 응급실로 들어가라고 한다.
부랴부랴 종합병원에 들어갔다. 뇌졸중이라고 하니 응급처치를 하려다가 이틀 전에 이상이 왔었다고 했더니 바로 중단하고 만다. 너무 늦었다는 거다.
병원에 입원을 하시고 보름을 있었다. 정밀검사 결과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고 수술이나 기타 치료 없이 약을 복용하면서 상태를 지켜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봄부터 아버지께서는 왕복 3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다니신다. 동네 노인문화센터엘 다니시는데 교통편도 애매하고, 사실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더 힘들다. 그래서 걷기 시작하셨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회복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상당히 좋아지셔서 겉으로 보기엔 전혀 뇌졸중을 앓았던 티가 나지 않을 정도다.

 

우리집 아래층에는 70이 채 안되신 할아버지께서 사신다. 이 분은 꽤 술을 많이 드셨고, 덕분에 간이 무척 나빠졌다고 한다. 게다가 치매증상을 보이신다. 집 근처 골목길에서 집을 못 찾아 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하셨고, 배고프다며 음식을 준비하시다가 깜빡하는 바람에 불을 낼뻔 한 적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아버지를 떠올렸다. “만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뭐랄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렇게 조금씩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슬픔? 종국에는 자기 자신마저 놓아버리는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며 갖는 불안감, 죄스러움, 그리고 목울대를 치는 슬픔...
이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말 끝없이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무언가 해드리고 싶고 곁에 함께 있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값은 충분하다.

 

책을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이 책을 드렸다.
다 읽고 내려놓으시며 눈가를 훔치신다. 그러며 이런 말씀을 하신다.
“다 두고, 어찌 가누? 눈에 밟혀서 걸음에 채여서...”
내가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듯, 어머니께서는 제 자식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으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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